[기억기관이야기] 도쿄도 정원미술관 : 근대정신과 상류사회 흔적들

도서관닷컴 승인 2022.06.07 14:01 | 최종 수정 2022.07.21 10:50 의견 0

도쿄도 정원미술관(Tokyo metropolitan Teien art museum)은 1920년대 파리에 거주하며 국제박람회를 본 황족 부부가 관동대지진 이후 새 저택을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부부는 당시 프랑스 장식미술계의 중진인 디자이너 앙리 라팽에게 인테리어를 의뢰했고, 저택은 1933년 완공됐다. 이 우아한 대저택이 현재의 도쿄도 정원미술관이다.

저택은 전범 처리과정 속에서 전쟁 후 압류됐다. 그 후 영빈관으로 쓰이다가 도쿄도가 매입해 1983년부터 공공을 위한 정원과 미술관으로 공개하고 있다. 일본 궁내청 건축팀이 설계하고 프랑스 일류 실내 장식가가 전체 과정을 세심하게 기획해 1920~30년대 건축미가 잘 드러난다. 건물은 1925년 파리 현대장식미술 국제박람회에서 선보인 기하학적 패턴의 아르데코 디자인 양식을 적극 반영했다. 정원미술관은 미술공예품에 대한 특별전시 이외에도 저택건립과 관련된 사진과 서한, 당시 해외발주 영수증첩 등 다양한 자료가 상설 전시되어 있다.

건물 전반에 드러나는 귀족적 우아함과 고급 취향의 물건들은 당시 일본 상류 사회층이 생각하는 이상적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역사적 흔적들은 일본 근대의 정서와 대외 문화교류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2021년에는 내부 전시물과 샹드리에 등을 디자인한 프랑스의 유리공예가인 르네 라릭의 보석전을 열었다. 2022년 봄에는 '건물공개 2022, 아르데코의 귀중서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건축, 미술,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아르데코 관련 서적(1920~30년대 출판)과 아르데코 박람회 사진자료를 전시했다.

글·사진=박미향 와세다대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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