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50대 늦깎이의 눈물겨운 사서 도전기

<용띠 사서 다이어리>
김은희 지음
198쪽‧1만5800원‧달꽃

도서관닷컴 승인 2023.01.25 15:07 | 최종 수정 2024.08.03 18:39 의견 0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의 제목에는 반전이 있다. 영화는 식인을 연상시키는 엽기적인 제목과는 달리 학교 도서관을 주무대로 전개되는 청춘 로맨스다. 주인공은 도서부원으로 활동하며 책을 매개로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며 성장한다. 이처럼 학교 도서관은 누군가에게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공간과 배경으로 남는다. 그런데 정작 '도서관 지킴이' 사서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한 편이다.

50대를 목전에 둔 저자는 사서에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저자에게 '용'의 의미는 특별하다. 용띠로 태어나서 사서가 된다면 '용이 된 기분이 들 것' 같았고, 반대로 '아무리 애써도 용이 되긴 그른 건가' 하는 좌절감이 교차했다. 주부였던 저자는 진정 용이 되기로 결심한다. 번번이 사회적 허들에 막혀 지체되기도 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사서로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저자가 50대의 나이로 사서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기까지는 2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공부하고 도전했던 피, 땀, 눈물의 처절한 시간이 응축돼 있다. 대기업을 다니면서 야간 대학원에서 주경야독했고, 결혼하며 퇴사한 후에는 방과 후 논술 강사로 일했다. 이즈음 마을 도서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NGO(비영리 민간단체)를 만들어 공공도서관 설립을 위한 활동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사서직의 도전으로 이어졌다. 마흔 살 후반에 논술 강사를 병행하면서 사서교육원을 졸업해 2급 정사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 후 쉰 살에 꿈에 그리던 중학교 사서가 됐다.

프롤로그에는 사서가 되기로 마음먹은 동기와 첫 출근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일반적인 책의 도입부와는 다른 독특한 형식의 서문은 이어지는 학교 도서관 일화들과 자연스레 맞물린다. 개천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용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다.

학교 도서관과 공공 도서관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용자 측면에서 공공도서관은 일반 대중이 대상이지만, 학교 도서관의 이용자는 학생과 교사다. 따라서 학교 도서관을 담당하는 사서라면 응당 수업과 수업 지원, 학생의 독서를 장려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저자는 다년간의 실무경험으로 체계적인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 책에는 학교도서관 사서라면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학교 도서관에 관한 옥조(玉條) 같은 지침들이 있다. 자녀의 학교생활을 염려하는 학부모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책과 영화 정보는 덤이다.

책은 제목의 '다이어리' 부분에서 보듯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낸 학교 도서관 관찰기에 가깝다. 누구나 학교 도서관에 대해 가질 만한 궁금증과 운영 사례, 도서관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일기를 쓰듯 부담 없이 풀어냈다. 학교 도서관의 의미와 사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다.

정유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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