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공도서관들이 2025년을 기점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도서 검열(금서) 논란, 정부 지원 축소, 그리고 이른바 'AI 쇼크'가 겹친 가운데, 대표적인 도서 유통사 베이커 앤 테일러(Baker & Taylor)의 영업 중단은 도서관 현장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베이커 앤 테일러는 신간 도서를 도서관에 납품하면서 바코드 부착, 목록 데이터 제공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 서비스는 도서가 도착하는 당일 바로 대출·열람이 가능하도록 해, 공공도서관의 신간 수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2025년 말 영업이 중단되면서 이 체계가 붕괴됐고, 그 여파로 2026년부터 다수의 공공도서관이 신간 도서 확보와 처리 과정에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도서 유통 산업 전반의 구조적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서 유통업계는 전통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시달려 왔으며, 최근에는 오버드라이브(OverDrive)와 같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 예산이 확대되면서 종이책 구매 예산이 감소하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약 5,000곳에 달하는 베이커 앤 테일러 고객 공공도서관들은 인그램 라이브러리 서비스(Ingram Library Services)나 브로드아트 라이브러리 서비스(Brodart Library Services) 등 경쟁사로 거래처를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 행정적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1828년에 설립된 베이커 앤 테일러는 미국 도서 유통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출판 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주문량 감소, 2022년 발생한 랜섬웨어 공격으로 인한 운영 차질이 누적되며 재정난을 겪어 왔다. 여기에 2025년 9월 추진됐던 리더링크 로로(LeaderLink Loro) 인수 협상이 무산되면서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고, 결국 같은 해 10월 영업 중단을 선언한 뒤 12월에 완전히 운영을 종료했다.

오무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