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눈이 오면 세상은 백지가 된다"
11월 3~5주차 신간도서 <무탈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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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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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감고 눈을 맞는다. 말할 수 없는 것들, 다시 말해지지 않을 것들, 그만 새하얗게 덮자고 내 지붕 위로도 펄펄 눈이 내린다. 눈이 오면 세상은 백지가 된다.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페이지. 동시에 모든 것이 쓰일 수 있는 페이지. 누군가에겐 상실의 자리이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 될 거기에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송이처럼 사박사박 태어난다. 나는 눈 내리는 밤에 그 환한 길을 걷는다. _p122~123 <무탈한 하루>(강건모 지음, 고유서가) 중
제주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음악과 영상을 만드는 작가의 산문집. 부제 '다정하게 스며들고 번지는 것에 대하여'에서 엿볼 수 있듯 삶의 순간들을 촘촘히 들여다보며 일상의 온기를 발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탈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는 형형색색의 빛깔을 내비친다. 언젠가 흐릿한 얼룩이 될지라도 그 고유한 색들은 매일매일 축적된다. 이 책은 그렇게 스스로에게 스미고 번지며 이야기가 된 모든 날들의 기록이다. 당신의 무탈한 하루는 어떤 색깔인지, 오늘은 누구에게 스며들고 번지며 다정했는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저마다 형형색색으로 다를 것이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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