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나는 고집 센 조이와 협상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1월 1주차 신간도서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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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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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은 다 순종적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편견이다. 그들도 엄연한 생명체인 만큼 자기 나름의 개성과 고집이 있기 마련이다. 조이는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 조이는 안내견의 성격이라고 짐작되는 것들을 거부하는 스타일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 하고 싶지 않은 건 절대 하지 않는다. 손님이 와서 비켜달라고 하면 싫다는 것을 명백하게 표현하고, 산책할 때도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거길 꼭 가야 한다. 원하지 않을 때는 함께 가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는 어떤 방법으로든 쟁취하려고 한다. 나는 고집 센 조이와 협상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p58.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김예지 지음, 사이드웨이) 중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의 고백록. 그는 비장애인들과 겨루면서 피아노를 쳤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취득해서 돌아왔고,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자신의 몸을 물결에 맡기고, 어항을 벗어나서 수족관과 강물과 바다로 나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지는 물고기다. 작은 어항에서는 10cm, 수족관에서는 30cm, 넓은 강에서는 1m가 넘게 자란다. 이 책은 인간 김예지가 여성 시각장애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피아니스트로서, 그리고 존중받아 마땅한 한 개인으로서 살아낸 단단한 삶의 기록이다. 자신을 둘러싼 어항에서 벗어나 광활한 바다를 꿈꾸는 이들에게 힘찬 발차기가 될 책이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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