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호'가 환율전쟁의 파고(波高)로 휘청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1300원 대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다. 그야말로 '슈퍼달러'시대다.

'달러(Dollar)'는 미국의 통화면서 세계를 호령한다. 지구촌 어디서나 자국 화폐처럼 쓸 수 있는 화폐로 달러가 단연 최고다. 달러는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설과 함께 파운드화를 대체하는 주요 국제 결제수단으로 채택된 이후 현재까지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달러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뜻밖에도 미국이 아니다. 달러는 원래 유럽 국가에서 통용됐던 은화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이 은화의 원조가 독일에서 화폐로 쓰던 '요아힘스탈러(Joachimsthaler)'다. '탈러(Thaler)'라고도 한다.

'탈러'라는 이름은 지금의 체코 영토인 보헤미아 지방의 성 요아힘(St. Joachim)의 작은 골짜기에서 유래한다. 요아힘 계곡이라는 뜻의 '요아힘스탈'은 보헤미안 마을의 야히모프에 있었다. 16세기 초 보헤미아가 신성로마 제국에 편입되면서 야히모프도 자연스레 독일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중세 보헤미아 지역은 은(銀)의 보고였다.

당시 프로이덴슈타인 성에서 여러 지역을 관할했던 쉬릭 백작이 이 지역도 관장했다. 쉬릭 백작은 1516년 야히모프의 요아힘스탈 골짜기에서 대규모 은광을 발견하자 성안에서 비밀리에 은화를 주조했다. 1519년 처음 만든 은화 이름이 요아힘스탈러다. 처음엔 은광 계곡의 독일식 이름인 요아힘스탈을 따서 '요아힘스탈러굴덴' 또는 '요아힘스탈러그로센'으로 불렸다. 줄여서 '요아힘스탈러' 또는 '탈러그로센'이라고 부르다가 '탈러'로 통일했다. 채굴은 1520년 끝났다.

탈러는 독일뿐 아니라 전 유럽에서 품질로 호평을 받았다. 당시 1500여 종의 탈러가 독일어권 국가에서 제조됐다. 탈러는 국경을 뛰어넘어 다른 고가 은화들 이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탈리아 'tallero', 네덜란드 'daalder', 덴마크와 스웨덴 'daler', 영국 'dallar' 같은 이름을 낳았다. 그런데 정작 달러의 기원이 된 독일은 1873년 탈러에서 '마르크'로 화폐 이름을 바꿨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하에 있었던 시기는 물론 1776년 독립선언 이후 파리조약(1783년)에서 독립이 승인될 때까지도 독자적인 화폐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마침내 대륙 회의(1785년)에서 "미합중국의 화폐 단위는 달러로 지정한다"고 공포했다. 당시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외국 화폐와 각 주에서 발행한 화폐를 혼용해 쓰던 상황이었다. 달러를 채택한 것은 영국 파운드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고, 널리 유통됐던 스페인의 중남미 식민지 통화인 '다레라' 은화 이름을 활용한 결과였다. '다레라'의 영어 발음이 바로 달러다.

달러라는 말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게 아니다.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한 영어권 국가에서 먼저 사용했다. 이곳에서 달러라는 단어는 파운드, 실링, 펜스 등 영국 화폐에서 벗어나는 의미로 활발하게 사용됐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 국왕은 1567~1571년 30실링짜리 은화를 발행했다. 스코틀랜드인들은 큰 칼 문양을 보고 검달러(Sword Dollar)로 불렀다. 1578년 주조된 2머크(merk) 은화는 스코틀랜드 국화인 엉겅퀴 도안이 들어 있어 '엉겅퀴 달러'라고 불리기도 했다. 반 영국, 반 귀족의 이미지를 가진 달러는 미국 등지로 이주한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구실도 했다.

미국은 1792년에야 화폐주조법을 제정하고 달러를 공식 화폐 단위로 지정했다. 달러가 미국의 화폐로 완전히 정착한 건 1913년 이후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출범시켜 연방 지폐를 제외한 나머지 돈의 발행을 중단하면서다.

미국의 2달러는 행운의 지폐로 유명하다. 2달러 지폐 속 인물인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상업 국가의 본질은 도덕이 아닌 돈"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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