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이 귀환했다. 지난 2015년 1월 19일 1042일 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나서다. 장충체육관(1963년)은 잠실체육관 건립(1979년) 이전까지 국내 최초의 실내 체육관으로 스포츠 경기의 요람이었다. 김기수가 1966년 6월 25일 이탈리아의 복싱 영웅이던 니노 벤베누티를 누르고 한국 최초의 프로 세계챔피언 밸트를 맨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4각의 정글에서 벌어지는 사투. 1970년대 세계헤비급 타이틀매치는 그 시대 최고의 볼거리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불멸의 철권' 무하마드 알리, '핵주먹' 조지 포먼, '인간 탱크' 조 프레이저가 벌이는 3각 경쟁은 지구촌을 달궜다.

20세기 최고의 복서로 불리는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1942~2016). 거침없이 쏟아내는 입담과 과장스런 제스처는 압권이다. 본명은 캐시어스 클레이. 알리라는 이름은 이슬람교로 개종하면서 바꾼 것이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먹 센 흑인에 지나지 않았다. 알리는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한, 영광은 쓸모가 없다"고 격정을 토했다. 알리는 금메달을 미련없이 강물에 던지고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프로 전향을 결심했다. 알리는 "나는 당신들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챔피언이 되겠다"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1964년 2월 25일. 혜성같이 나타난 알리가 세계 복싱계를 평정한 날이다. 헤비급 챔피언 소니 리스턴은 '지구의 난폭자'로 불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알리는 되레 특유의 허세로 승리를 장담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 이후 이 말은 '알리표 복싱'의 상징으로 세계 복싱사에 길이 남을 명언으로 기록됐다. 알리는 춤을 추듯 움직이며 날카로운 연타 펀치를 적중시켰다. 결국 리스턴은 7회 TKO패로 무릎을 꿇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알리는 "내가 왕이다"라고 큰소리 쳤다.

알리는 1967년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며 징집 거부를 했다. 이로 인해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했다. 4년간의 공백기는 컸다. 1971년 챔피언 프레이저와 명승부를 펼쳤지만 프로 첫 패배의 쓴맛을 맛보았다. '불사조' 알리는 1974년 32살의 나이로 새 챔피언이었던 24살의 무적 포먼과 자이르공화국(현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알리는 포먼을 8회 KO로 주저앉히며 '킨샤사의 기적'을 만들었다. 1978년 신예 리언 스핑크스에게 타이틀을 내주고 같은 해 재경기에서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이로써 세 번째 헤비급 타이틀 왕좌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운 최초의 선수가 됐다. 알리는 "링위에서든 밖에서든 쓰러지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계속 쓰러져 있는 것이 잘못이다"라고 일갈했다. 1976년에는 당대 최고의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와 이종 격투기 대결을 벌여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알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최종 성화 점화자로 나서 세계인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970년대 프로복싱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때의 진한 감흥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교직원신문'에 연재했던 김규회 기자의 '역사 속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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