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닯은 듯한/ 좀 서러운 듯한// 오! 모두 다 못 돌아오는/ 먼- 지난날의 놓친 마음" (「땅거
미」 부분, 236쪽)

시인 김영랑(金永郞)의 시 전편을 영어로 번역한 시집이 출간됐다. 섬세한 시어로 인간 마음의 결을 깊이 들여다본 김영랑의 모든 시가 영어 번역본으로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번역은 안선재(Brother Anthony)가 맡았다.

영문 시집의 제목인 『Beautiful is an eternal joy』는 김영랑과 박용철이 『영랑시집』 초판의 제사(題辭)로 인용한 존 키츠(John Keats)의 『엔디미온(Endymion)』 속 문장 "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 ever"에서 따왔다. 이번 시집은 시어의 아름다움을 보다 섬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구성 방식을 시도했다. 또한 시집 말미에는 시어에 대한 해설을 담은 주석과 함께 참고 도서, 논문, 관련 작품 목록을 별도의 페이지에 수록해 작품 이해에 충실을 기했다.

책의 뒷표지에는「남쪽의 춘신(春信) 2」가 짧게 실려 있는데, 이는 1940년 일간지에 네 차례 연재됐던 김영랑의 수필 일부다.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는 평가처럼, 김영랑은 한국 현대시사에서 순수 서정시의 영역을 개척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김영랑(1903~1950)은 본명 윤식(允植)으로,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한학을 수학했으며, 강진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 휘문의숙을 거쳐 일본 도쿄의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수학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27일, 서울 수복 공방전에서 날아온 포탄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이틀 뒤인 29일 작고했다. 그가 남긴 작품은 시 86편과 산문 20편이며, 1935년『영랑시집』과 1949년『영랑시선』 등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번역자인 안선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중세 언어를 공부했으며, 영문학자이자 교수, 그리고 프랑스 떼제 공동체의 수도자다. 그는 지금까지 60여 권의 시집과 10편의 소설, 4권의 비문학서를 영어로 번역·출간하며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았으며,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만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영랑의 시가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시어에 담긴 진정성이 시대와 공간을 넘어 독자의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성악가의 꿈을 품었으나 가족의 반대로 영문학을 전공하게 된 그는 윌리엄 예이츠와 존 키츠의 시에 깊이 매료됐고, 직접 영어 시를 번역하기도 했다. 격동의 역사와 개인적 고난 속에서도 소중한 가치를 놓지 않으려 했던 그의 태도에서는 곧은 시인의 정신이 느껴진다.

김영랑의 시에 담긴 다양한 마음의 결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은, 독자 각자가 지닌 감정과 내면을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김규회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