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은 읽는 방식에 따라 묘한 이중성을 띤다. 얼핏 보면 도서관에서 음식을 삶는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곧 도서관이 삶 그 자체임을 드러내는 은유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의 이력 또한 독특하다. 시인으로 등단해 광고·홍보 분야에서 일하다가, 중년의 나이에 도서관 공무직으로 새롭게 인생의 방향을 튼 것이다.

이 책은 도서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에세이집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정배열'로 정돈된 상징적 공간인 도서관에서, 그 규칙적 궤도를 슬며시 이탈하며 살아가는 '오배열'된 작가의 생각들을 재치 있게 엮었다. 저자가 포착한 도서관의 일상은 완벽한 'A컷'이 아닌, 예상 밖의 'C컷'들로 가득하다. 어린이가 찾는 '젓가락 달인'을 '젓가락 살인'으로 잘못 듣고, 이용자의 성을 '곽'에서 '강'으로 오해해 벌어지는 소동들은 폭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실수마저 숨기지 않고, 인간적인 공감의 소재로 승화시킨다. 그는 "완벽한 기능보다 인간적인 실수가 주는 여유와 공감의 가치"를 강조한다.

저자는 또 도서관 노동이 단순한 도서 정리에 머무르지 않고,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마음의 대출'에 가깝다는 사실을 짚어낸다. 명절에도 문을 열어 달라 요청하던 1인 가구 어르신의 간절한 부탁, 실종된 노인을 둘러싼 이야기 등은 도서관이 누군가에게는 쉼터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마지막 끈'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책은 이러한 순간들을 통해 도서관의 사회적 책무를 성찰하게 한다.

책의 구성은 1부 '웃음의 서가', 2부 '인생의 서가', 3부 '서가의 안쪽', 4부 '추억의 서가', 5부 '꿈의 서가' 등 다섯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정숙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소동, 책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도서관 직원의 일과 기억,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시선까지. 도서관은 하루와 생이 교차하는 무대이자, 사람과 이야기가 축적되는 아카이브이고, 삶의 결이 묻어나는 현장으로 그려진다.

나는 대출하는 사람이다. 대부업체 직원이라는 오해는 마시라. 책을 대출하고 반납받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뜸 사서 공무원이냐고 묻는다. 그것 또한 오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 구구절절한 사람이 된다. _117쪽

김규회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