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복권의 시작은 2000년 전?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3.02.03 17:13 의견 0

누구나 한 번쯤 바라는 대박의 꿈, 복권. 복권의 대명사인 로또(Lotto·행운) 복권은 2002년 12월 한국에 처음 상륙했다. 1등에 당첨되려면 45개의 숫자 중 당첨 번호 6개를 모두 적중시켜야 한다.

1등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산술적인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이 어마어마한 확률 속에서도 별을 따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흑묘년 새해에 대운의 주인공들이 속출하고 있다. 1월 7일(1049회차)에는 15명(17억2700만 원씩), 1월 14일(1050회차)에는 17명(15억3508만 원씩)이 신년 대박의 꿈을 이뤘다.

로또 역대 최대 1등 당첨금은 무려 407억2295만9400원. 2003년 4월 12일 19회차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벼락부자가 탄생했다. 로또가 발행된 지 스무 해를 넘겼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더 뜨거워진다.

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사상 처음 6조 원을 돌파했다. 전체 판매복권 중 로또가 80% 이상(5조4469억 원)을 차지했다. 명절 대목 때는 복권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한다.

복권 당첨금은 총 판매액의 절반. 나머지 50% 중 10%는 발행 경비와 판매·위탁 수수료 등으로, 나머지 40% 정도가 복권 수익금으로 복권기금사업의 재원이 된다. 복권기금은 주택도시·보훈·문화예술진흥 등 각종 공익사업에 쓰이고 있다. 그냥 로또가 아니라 '나눔로또' 이름을 붙인 이유다.

옛날에는 복권이 없었을까. 복권은 먼 옛날 로마 시대부터 있었다. 국가에서 보장한 복권을 처음 발상한 사람은 폭군으로 유명한 네로(AD 37~68년, 재위 54~68년) 황제다. 그는 로마를 불태우고 나서 건설자금이 부족해지자 강제로 복권을 팔아 조달했다. 복금으로 노예, 집, 배 등을 줬다. 이보다 앞서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재위 BC 27~AD 14년)도 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회에서 복권을 팔았다. 음식값을 낸 계산서를 갖고 추첨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나눠 줬다.

로마제국 멸망 후 서양사에서 복권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최초로 당첨 상품을 돈으로 지급한 근대 복권의 효시는 '피렌체 로터리'다. 1530년 이탈리아의 피렌체가 공공사업을 위해 발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간 협동체인 계(契)모임이 복권과 유사했다. 조선 시대 후기 때의 산통계(算筒契), 작백계(作百契)가 그것이다. 산통계는 통이나 상자에 계원들의 이름을 써넣은 동그란 알을 넣은 뒤 통을 돌려 나오는 알로 당첨을 결정했다. 작백계는 일정 번호를 붙인 표를 100명(작백계), 1000명(천인계), 1만 명(만인계) 단위로 팔고 추첨을 통해 매출총액의 80%를 복채금으로 돌려줬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복권은 승찰(勝札)이다. 1945년 7월 일본이 태평양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 장에 10원씩 총 2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1등 당첨금은 10만 원. 진정한 의미의 우리나라 첫 복권은 '올림픽 후원권'이다. 1947년 12월 런던올림픽대회(1948년) 참가 경비를 마련하려고 후원회가 액면가 100원짜리를 140만 매 발행했다. 1등 상금은 100만 원으로 당첨자가 21명 나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350달러, 쌀 한 가마니가 8300원 하던 시절이었다.

복권이라는 이름은 정부가 1956년 2월부터 전쟁 복구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달 1회씩 총 10회에 걸쳐 애국복권 100환, 200환짜리를 발행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1969년 9월 15일, 정기발행 복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주택복권이 등장했다. 주택복권은 2006년 4월까지 약 37년간 판매된 복권사의 전설이다. 독자 여러분이 새해에는 고목생화(枯木生花·말라 죽은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 하듯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를 빈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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