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삶과 책을 사랑한 도서관지기의 기록

<문 사서, 도서관에 꽂히다>
문정숙 지음
220쪽‧1만5000원‧라운더바우트

도서관닷컴 승인 2024.08.30 10:46 | 최종 수정 2024.09.03 12:48 의견 0

좀 특별한 자전에세이다. '사서 고생'한다는 사서(司書)가 쓴 책이라 그렇다. 일반적으로 사서는 책만 보고 다룰 줄만 알지, 쓰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일탈했다. 그것도 전문서가 아닌 문학 장르로.

저자가 '사서 고생'에서 '사서 고난'을 택했던 이유는 뭘까. 소읍의 도서관장인 저자는 사서로서의 자부심과 긍지가 넘쳐난다. 그는 이 책에서 "수면 위 모습은 평온해 보이나 물 아래 발짓은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백조처럼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사서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사서가 된 계기는 좀 엉뚱하다. 학창시절 자신이 좋아하던 여배우가 드라마 속에서 우아한 모습으로 도서관 한 귀퉁이 서가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반해 사서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사서, 책, 도서관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도서관지기는 영어로 라이브러리언(Librarian)이다. 그들의 보람, 행복, 애환 등 도서관의 속살을 샅샅이 톺아봤다. 두루두루 접한 다양한 책 이야기들은 번뜩이고 재밌다. 1부 31편과 2부 34편 등 전체 65편의 솔직담백한 문장의 행간들에서 책을 사랑하고, 도서관을 사랑하고, 도서관지기로서의 삶을 사랑한 시니어 사서의 '기승전+도서관 이용자 사랑'이 잔뜩 묻어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는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품고 간 '꿈'의 양은 얼마나 될까? 혹여 아이들이 다 가져가서 '꿈 재료'가 바닥나 버렸으면 어쩌지? 그럼 다른 아이들에게도 줄 수 있도록 '꿈의 소재'를 한 아름 다시 도서관에 가져다 놓아야겠다. 아이들이 찾으면 언제라도 넉넉히 내어줄 수 있게 말이다."_181쪽

저자는 이 책을 32년차 전문직 여성 직장인의 은퇴 전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정의했다. 저자는 초등학생 이후 50년가량을 애서가로 살았다. 동화와 동시를 지나 청년시절엔 문학에 빠졌고, 대학시절엔 인문서를 탐독했다. 아날로그 도서관 마지막 세대이자 디지털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미래형 도서관 첫 세대 사서로서 은퇴 후 작은 동네 책방 주인을 꿈꾼다.

책은 시종일간 간서치적 서향으로 가득 차 있다. 일반 독자, 미래 사서, 은퇴 사서, 현직 사서들에게 모두 형통하는 서책이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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