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숲그림책도서관] 바람, 숲, 그림책과 함께하는 친구 같은 도서관!

도서관닷컴 승인 2024.10.15 09:20 | 최종 수정 2024.10.15 09:30 의견 0

강화 덕진로 대로에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숲을 품은 나지막한 동산 아래 마치 책이 두 팔 벌려 환영하듯 도서관이 오는 이를 맞이한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하 바람숲도서관)은 최지혜(62) 관장이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에 사재를 털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책 전문도서관이다. 부평기적의도서관장을 역임한 최 관장은 글쓰기와 그림책에 관심이 많았다. 틈틈이 모은 그림책 3000여 권이 초기 장서가 되었다. 최 관장이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서 지낼 때에도 보관했던 책들이다. 지금은 1만2000여 권으로 늘어났다. 10월 13일(일)에는 10주년 기념 축하 행사를 가졌다.

도서관 내부는 바깥 풍광처럼 공간의 의미를 부여해 이름을 붙였다. 중앙을 차지한 극장식 좌석 아래는 공연무대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들판으로 불린다. 계단은 산으로 하고, 제일 위의 공간은 바깥 하늘과 들녘이 보이는 산 정상 부분이 된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그림책과 더불어 마음의 창을 넓혀준다. 계단 서가와 벽 사이 복도는 숲길이라고 부른다. 숲길에는 서가와 라오스 어린이들과 활동하며 만든 그림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숲길 끝에는 인디언 텐트가 있는 아기자기한 책숲이 있다.

도서관 밖으로 나오면 잔디마당이 넓게 펼쳐져 맨발로 걷고 싶어진다. 마당 한쪽에 자리한 전시관에서는 그림책 「외규장각 이야기」 (최지혜 글, 신소담 그림) 원화를 전시 중이다. 잔디 마당을 조금 내려가면 아담한 목조 건물에 카페와 바람숲 북스테이가 있다. 책도 읽고, 맛난 음식도 먹고, 책속에 머무를 수 있다. 아담한 통나무집에서 밤새 그림책과 밤을 지새울 수 있다.

마당 한쪽에는 도서관을 든든히 지켜주는 야트막한 동산이 있다. 입구에 걸린 '노는 게 젤 좋아' 간판 너머로 숲속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바람이 되어 마당으로 불어온다. 바람숲도서관은 책을 읽다가 뛰어 놀고, 다시 책과 뒹굴고, 잠도 자고 하는 몸과 마음이 책읽기에 체화되는 즐거운 도서관이다.

최 관장은 지난 9월 27일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독서문화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또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작은도서관 운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도서관은 건물을 짓는 것보다 운영이 더 어렵다. 투자 대비 수익성만을 따지면 도서관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책을 읽은 효과를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바람숲도서관 운영에는 후원비만으로 운영이 어려웠고 최 관장의 사재가 계속해서 투입되어 왔다. 후원회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실질적으로 견실하게 운영되는 사립도서관에 대한 정부 보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강화군은 지방소멸 위험지역이다. 문화 시설이 척박한 지역에서 사립도서관이 문화 요람의 둥지로서 역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 관장의 개인적인 노력을 넘어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매우 필요한 지점이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하객과 동네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행사에서 도서관과 함께 성장한 어린 아이들의 축하 인사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도서관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최 관장은 인사말에서 "늘 함께 해준 분들이 있어 용기를 냈다"며 "앞으로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자연 속에서 그림책을 함께 하는, 내일을 생각하는 친환경 도서관으로 계속 정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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