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한 곳에 풀이 아닌 책이 수북히 쌓여 있는 야릇한 중고서점. 순천 낙안읍성에서 벌교로 나오는 길에 스친 서점 간판을 의심했다. 설마, 이런 시골 길에 서점이라고.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와 눈으로 확인했다. 분명 '서점'이다. 간판을 따라 가는데 흔히 보던 북스토어가 안 잡힌다. 속는 셈 치고 더 안쪽으로 전진. '둥둥둥', '형설서점'의 간판이 비스듬히 얼굴을 내민다. 폐교와 중고서점의 조합.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묘한 앙상블이 연출된다. 주인장의 뭔가 모를 심오한 뜻이 궁금해졌다. 안에 인기척이 없다. '자리를 비울 수 있으니 방문시 미리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미처 읽지 못했다. 주인장이 부재 중이어도 그 뜻은 좀 알 것 같다. 간판에서 '형설지공'이 오버랩된다. 사진·글=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