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 '생활글' 작가 최영록의 독서 에세이『찬샘별곡』이 출간됐다. 5년간 블로그에 써온 글 중 '책과 사람'을 주제로 한 70편을 새롭게 엮었다. 이 책은 42년 만에 돌아온 저자의 고향 '찬샘(冷泉)'에서 띄우는 '노래(별곡)'다.

책은 '지금, 들려주고 싶은 이름'부터 '책에서 지금, 우리를 만나다'까지 총 5장으로 구성했다. 책 속에는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작가, 정치인 등이 망라돼 있다. 함석헌, 문익환, 백기완, 김용옥, 박노해, 김남주, 조정래, 정지아, 한강, 이어령, 유홍준, 최재천, 유시민, 김대중 등 책을 통해 만난 인물들, 기억하고 싶은 이름들, 그리고 우리 사회를 비추는 이야기들이 두루 담겨있다. 평전, 고전, 시, 소설, 에세이 등 장르도 무지개처럼 다양하다.

저자는 "세상의 큰 강을 건너며 반드시 읽어야 할 좋은 책이 많을 뿐 아니라 '그 이름' 석 자와 그분들의 삶과 사상에 대해 알고 배우며 사랑해야 할 분들이 많다. 사랑으로 읽어야 하고, 읽으면 분명 보인다. 그때 보이는 것은 읽지 않은 때와 천지 차이다"라고 말한다.

(...) 마지막 수업? 이름만큼이나 숙연하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무슨 강의를 한단 말인가? "역시" 크리에이터(creator) 이어령 박사다웠다. 이 강의록은 이 박사의 '사색과 성찰' 총결산일 것이다. 다양한 주제도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랬듯 조금도 막힘없이 풀어내는 그의 놀라운 현학(衒學)의 세계는 현란했다. 좋았다. (...) 이런 석학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은 행운이라 하겠다._153쪽('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 책은 시대의 감각과 책의 향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세대와 세대가 손을 맞잡는 매개로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에게는 잊힌 이름과 목소리를 들려주는 안내서이고, 저자와 동시대를 살아온 중장년에게는 동료의 격려이자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한없이 거친 책의 품평'이라고 소개한다. 동아일보 기자로 20년, 성균관대학교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홍보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저자의 독서 편력을 엿볼 수 있다. 에세이『백수의 월요병』,『나는 휴머니스트다』,『은행잎 편지 108통』,『어느 백수의 노래』 등을 썼다.

김규회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