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삶의 대부분을 도서관과 함께한 네 사람이 있다. 독서계와 과학계를 대표하는 지식인 4인방이다. 초대 서울도서관장 이용훈, 도서평론가 이권우, 천문학자 이명현, 펭귄각종과학관장 이정모. 이들은 살아온 환경도, 활동 영역도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도서관을 만나 읽고 쓰는 사람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그 주위를 공전하며 살아가는 '도서관 생활자'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는 도서관에 대한 4인방의 전방위적인 대화를 담은 책이다. 30년 넘게 사서이자 도서관 전문가로 일해온 이용훈, 평생을 출판과 저술·강연 활동에 매진한 이권우, '과학 책방 갈다'에서 수많은 독자와 소통해온 이명현, 15여 년간 과학관장을 지내며 과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이정모의 합작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도서관 생활자 4인방은 책과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남다르다. 이들의 대화는 도서관의 역사, 사서의 역할, 아카이빙, 디지털 콘텐츠, 라이프러리(lifrary)로의 전환 등 도서관의 다양하고 굵직한 주제들로 가지를 치며 뻗어간다.

이 책에는 도서관은 어떻게 한 사람의 일생에 스며드는가? 도서관이 제공하는 것은 자료인가, 공간인가, 경험인가?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사서의 일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사서와 도서관을 사라지게 할 것인가? 보르헤스의 도서관에서 칼 세이건의 도서관까지, 남산도서관에서 오슬로 미래 도서관까지, 사서의 도서관과 서평가의 도서관, 과학자의 도서관 등이 부딪치고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도서관이 허브가 되려면, 도서관에 책 읽는 사람뿐만 아니라 놀러 오는 사람, 앉아만 있다 가는 사람, 사람이 좋아서 오는 사람까지 허용해야 합니다. 밀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을 전부 '도서관 행위'로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_219쪽

김규회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