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문화도서관‧손기정어린이도서관] 마라톤 영웅 가슴 벅찬 모습 간직한 복합문화공간

도서관닷컴 승인 2022.06.14 10:34 | 최종 수정 2023.06.19 17:51 의견 0

서울 중림동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바로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생(1912~2002)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다. 손 선생은 일제 강점기인 1936년 8월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한국인 최초로 월계관을 목에 걸었다. 동아일보는 이 가슴 벅찬 소식을 전하면서 선생의 사진에서 일장기 마크를 과감하게 지우고 보도했다. 이른바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이다. 이로 인해 동아일보는 일제로부터 무기정간 처분을 당해야 했다.

'손기정문화도서관'은 손기정체육공원 내 선생의 모교였던 옛 양정중·고 교지에 위치해 있다. 도서관의 출발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규모로 출발한 도서관은 주변에 아파트 신축과 서울로7017 조성으로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2021년 11월, 마침내 기존보다 3배 가량 큰 규모(233평)의 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사실상의 새 도서관이다.

도서관의 외벽 건물과 간판은 평범하지만 입구부터 뭔가 색다른 느낌을 준다. 첫 만남은 열람실의 통유리 창과 맞댄 작은 연못인 '물의 정원'이라는 이색적인 테마 공간이다. 1층에 들어서면 카페형 라운지가 나온다. 스타벅스처럼 카페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시며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열람공간이다. 2층의 개방형 자료실은 층고를 높이고 곡선형 서가로 공간을 분리했다. 샹들리에와 편리한 소파가 있는 거실 서재, 여행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캠핑지, 고서점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방 등 다양한 컨셉으로 공간을 개성화했다.

이은경 관장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으며 때로는 쉴 수 있도록 했고, 자료실 공간은 컨셉별로 각기 다른 향수를 담은 디퓨저를 배치했다"며 "책만 빌리고 읽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애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원내에는 또 하나의 도서관인 '손기정어린이도서관'이 있다. 한 울타리안에 일반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이 하나로 묶여져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곳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열람실 공간 배치들이 어린이들의 동선과 특성에 맞게 잘 꾸며져 있다.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편안하게 책을 읽어주고, 같이 놀이하듯 책을 고른다. 이수지 사서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책놀이터처럼 즐기도록 하고 있다"며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손기정체육공원은 1석2조의 도서관이 있는 꽤 알찬 복합문화공간이다.

글‧사진=김규회 도서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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