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고민하는 인권학자이자 앞서 실천하는 인권활동가의 제안'이라는 표지 카피가 눈길을 끕니다.
저자인 서창록 교수는 1989년 미국 유학 시절, 인턴으로 4개월간 제네바의 유엔본부에서 일하며 국제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2014년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2020년 한국인 첫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6년부터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권활동가로서의 역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아이사의 이주노동자, 난민의 보호와 인신매매, 기업과 인권 등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인권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각자의 인권이 조화를 이루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을까. 인권학자로서, 인권활동가로서, 유엔 인권위원으로서 인권증진에 헌신해온 저자가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이 책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인권에 대한 이해와 관련 규범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토론하는 자리에 더 많은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려는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의 인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본인의 경험을 통해 들려줍니다. 지금보다 인권이 가볍게 여겨지던 시절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인권침해였음을 고백하고 반성하면서, 과거에 대한 회고와 현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미래의 인권을 생각하는 방향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세계에 인권은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지도 모색합니다. 또한 나라 밖의 인권 이슈, 인권을 위해 유엔이 하는 일 등도 알려주면서, 유엔 인권위원들의 활동기도 엿보게 해줍니다.
시간적으로는 미래를, 공간적으로는 글로벌한 시야를 통해 인권의 좁은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인권을 모색해보게 합니다. 1부 '나의 인권, 그 너머', 2부 '여기의 인권, 그 너머', 3부 '오늘의 인권, 그 너머'로 구성된 것만 봐도 저자의 시야와 생각이 어떤 이야기로 펼쳐갈지 기대하게 만듭니다.
인권이라는 주제는 일반인에게 자칫 무거운 주제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술술 읽힙니다. 저자 본인과 가족, 주변 이야기와 경험, 그리고 흔히 접하는 뉴스 속의 사회적 이슈 등을 거론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의 인권 현황과 인식의 전환을 다룹니다. 과거에는 당연시되었던 인권 침해와 폭력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사회로 바뀌기까지의 다양한 사례도 언급합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인권과 인권에 대한 인식수준, 그동안 무심하게 지켜봤던 인권 논쟁 등을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보고 다시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세계인권선언의 첫 번째 문장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이고, 두 번째 문장은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라고 합니다.
이 책은 인권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는 배경 설명을, 처음 접하게 되는 이야기에는 다양한 사례와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진지하지만 쉽고, 쉽지만 깊게, 머리로만이 아닌 마음으로 인권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김찬희 객원 북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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