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독형통] 즐거운 농사꾼 10년 행복귀농 일기
슬기로운 시골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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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3 16:39 | 최종 수정 2022.07.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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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시냇물 흐르고 논과 밭에 작물이 익어가고,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는 어르신들이 계신 곳? 또는 사시사철 중노동이 기다리는 곳? 이건 도시 사람들의 생각일 겁니다.
이 책은 귀농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는 아닙니다. '도시 사람이 시골로 내려가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려니 하는 짐작도 일찌감치 접어야 합니다. 10년 넘게 농사꾼으로 제대로 특별하게 농사짓고, 함께 어울리며 재밌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좀 색다른 농부의 이야기입니다.
2011년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으로 귀농한 저자는 '벼농사두레('벼두레'로 줄여 부르기도 함)'라는 벼농사를 함께 짓는 사람들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공동체는 2022년 현재 8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제 벼농사를 짓는 회원은 30여 명이고, 나머지 50여 명은 손수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유기농 벼농사의 가치와 두레정신에 공감해 일손을 거들며 함께 어울리는 회원입니다. '벼두레'는 '공동체'라고는 하지만 '커뮤니티'보다는 '네트워크'에 가까운 좀 느슨한 조직이고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시골에서 농사짓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묘사합니다. 계절별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의 손길과 농부의 활동 등을 다룹니다. 모내기, 김매기, 가을걷이 등과 농한기와 농번기 활동, 풍년과 흉년을 대하는 모습 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벼두레' 사람들은 '아! 이거 힘든 일일 텐데?'하는 농사과정도 함께 즐기는 데 초점을 둡니다. 노동을 놀이로 만들고 마을잔치로, 축제로 확장합니다. 아이들에게 농사를 체험하게 하고, 음악회와 인문학·예술 강좌를 열기도 합니다. 이들이 모이면 어느 곳에 무슨 일을 하든 모두의 흥겨운 놀이판이 됩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벼두레' 회원들의 단톡방 글을 엿보기만 해도 그들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즐기면서 하는지 알게 됩니다.
'벼두레'는 마을이라는 영역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요즘 농촌 마을은 농사짓는 사람도 있지만 2차, 3차 산업 종사자도 꽤 많고, 분야별·작목별로 세분화해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한 마을에 사는 이웃들이지만 노동 과정이나 생활 방식이 다양합니다. 저자는 같은 행정구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동일 마을 공동체로 묶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벼두레'는 지자체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합니다. 지자체들이 추구하는 수많은 마을 개발 사업 때문에 생긴 폐해를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는 '귀농'만 검색해도 온갖 정보가 넘쳐납니다. 귀농교육단체도 많고, 지차체 귀농지원센터도 많습니다. 귀농설명회에는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나 퇴직자들이 몰려듭니다. 귀농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성공한 귀농이나 부농이 되는 법을 알려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농사가 즐거울 수 있고, 사람들과 어울려 농사짓는 일이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려줍니다. 낭만 귀농은 경계하면서도 행복 귀농을 기대할 수 있는 책입니다.
김찬희 객원 북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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