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독형통] 사라진 그 애를 아무도 모른다?

우리 반 어떤 애

도서관닷컴 승인 2022.07.27 09:56 의견 0
전은지 글·박현주 그림 | 88쪽 | 11,200원 | 팜파스

"아무도 그 애가 없어졌다는 걸 몰랐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영이네 반 한 아이가 이틀째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반의 누구도 그 아이가 결석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릅니다. 눈에 띄지 않는 아이, 말썽을 부리지도 않는 아이,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아예 없었던 아이. 사라진 아이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도대체 그 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아이들은 실종이 아니라 죽었을지도 모른다고도 추측합니다. 그 아이는 가정 사정으로 엄마 집과 할머니 집을 오가며 지냈기 때문에 엄마와 할머니도 아이가 사라진 사실을 선생님을 통해 연락을 받습니다.

아영이는 갑자기 담임 선생님에게 불려갑니다. 그 아이의 일기 속에 아영이 이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이름은 김민진. 아영이와 3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답니다. 하지만 아영이의 기억 속에 민진이는 없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아이'인데,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 민진이 때문에 교무실로 불려가고, 다른 아이들이 뒤에서 소곤대자 아영이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아영이만 그런 게 아닙니다. '괴롭힘도 왕따도 없는데 왜?' 아이들은 잠시 그 아이가 실종된 이유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아이 때문에 일어난 소란이 못마땅합니다.

"나는 걔랑 말 한 번 한 적 없다니까. 나는 걔한테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맞아. 우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잖아."
아영이와 아이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일을 겪은 후 아영이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리 반 어떤 애'의 존재감이 달라졌습니다. 친구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제 더 이상 '남의 일'로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작가는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의 입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영이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독자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혹시 내 주변에 민진이 같은 존재는 없나? 혹시 나도 아영이 같은 생각을 한 적 있지 않나? 혹시 다른 아이들처럼 자기 방어에만 급급하지는 않나?' 같은….

그런데 이름까지 밝혀진 '우리 반 어떤 애'는 끝까지 실제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작가의 의도일까요?

김찬희 객원 북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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