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오늘도 도서관에 살어리랏다

<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김선영 지음
224쪽·1만1500원·문학수첩

도서관닷컴 승인 2023.03.29 15:43 | 최종 수정 2024.01.02 18:35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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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사서를 꿈꾼다. 어떤 이들은 냉난방이 잘 갖춰진 도서관에서 고상하게 책을 읽다가 바코드를 찍어주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사서 공무원을 준비하는 구직자도 있다.

옛말에 '고생을 사서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 않아도 될 어려운 일을 스스로 맡아서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사서야말로 "사서 고생하는 직업"이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진다. 그에게 도서관은 디스크, 우울증,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직장이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을지 모르는 따스한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생계를 위해 사서 공무원이 된 지 20년, 도서관에 머물며 겪었던 경험을 수필로 진솔하게 담아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공도서관이지만 운영하는 주체나 규모, 보직에 따라서 사서 업무는 매우 다르다. 어떤 자료를 구매하고 폐기할지 결정하거나 동아리나 강연 등 프로그램 운영, 메타버스 공간을 구축하거나 SNS를 통한 도서관 홍보를 맡기도 한다. 그러나 업무에 상관없이 사서라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후반부에서는 이런 애정과 관심을 담뿍 담아 일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에는 어린이, 어르신,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사람이 드나든다. 이용자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거나 잦은 민원에 시달리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그렇지만 저자가 도서관을 떠날 수 없는 이유도 사람에 있다.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한 현대 사회에서 도서관은 각계각층의 개인들이 모여 교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공간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이후에는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사회의 거점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20년 세월이 흘러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에피소드들은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다. 사서를 통해 도서관이 제공하는 다채로운 서비스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서직에 관심이 없더라도 공동체와 지역 사회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도서관의 발 빠른 '변신'을 함께 기대해볼 만하다.

정유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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