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정통성 시비를 덮은 눈부신 치적"

'세조, 폭군과 명군 사이'

도서관닷컴 승인 2023.07.26 15:26 의견 0

우리 역사에서 세조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군주도 드물다. 조카에게서 왕위를 빼앗아 왕좌에 오르기까지와 국왕으로서 치적이 극명하게 대비되어서다. 책은 초월적 예치를 꿈꿨으나 결국 미완으로 마감한 세조 이유의 정치적 삶을 온전히 그려냈다.

세조(1417~1468)는 정치 베테랑인 김종서를 처단하는 등 사적 물리력을 동원해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한 계유정난(1453년)을 통해 집권에 성공하게 된다. 친동생 둘이 죽임을 당하고 조카가 스스로 목을 매도록 했으며 성삼문 등을 처형되는 등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들에 대한 '단죄'는 망설임이 없었다.

"수양은 1455년(세조 1) 윤6월 11일 조선의 제7대 국왕으로 경복궁에서 즉위했다. 계유정난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 이징옥의 난을 진압한 2년 뒤였다." _p111

세조는 나랏일에 능했다. 정통성 시비를 일축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눈부신 치적을 이뤄냈다. 국가 운영의 만세성법인 『경국대전』과 단군으로 시작되는 한국사의 정통을 세우는 『동국통감』의 편찬, 검약을 기치로 국가 세출의 표준화를 도모한 「횡간」 제정 등 조선 오백 년의 토대를 굳건히 했다. 또한 압록강과 두만강 건너편 여진에 대한 정벌을 독자적으로 단행하거나 환구단에서 정례적으로 천제(天祭)를 직접 거행하는 등 조선의 위의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세조는 할아버지 태종과 아버지 세종도 하지 않았던 하늘에 대한 제사를 재위 3년부터 재위 10년까지 친히 지냈다. 특히 기우나 기곡 등 기도할 만한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매년 새해 처음에 행하는 정기적인 일로 제사했다. 환구단에서의 친제란 자신이 하늘의 아들임을 인정받는 행위였다." _p223

각 고을이 스스로 싸우고 스스로 지키는 '자전자수(自戰自守)' 진관체제 확립, 한명회 등 공신을 지방에 파견하는 체찰사제 운영, 호패법과 군역제도의 정비, 백정 중 제비를 뽑은 사람은 직접 억울함을 고할 수 있게 한 '탐주'의 시행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로써 세조는 할아버지 태종과 아버지 세종에 비견될만한 주연이 됐다.

세조는 아들에게 왕위를 넘긴 다음 날인 1468년(세조 14) 9월 8일 무덤에 석실을 만들지 말라는 유명을 남기고 수강궁 정침에서 생을 마감했다. 향년 52세, 재위 14년째였다. 세조가 승하한 후 아들 예종은 아버지도 끝내 통제하지 못했던 훈척과 맞닥뜨려야 했다. 이후 조선은 다른 차원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책은 태종~성종으로 이어지는 '군주평전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철저하게 실록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지은이를 따라가다 보면 세조의 '정치'가 새롭다.

이 책은 그 여정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세종의 여러 아들 중 한 명으로 태어나 지존의 지위에 오르기까지(1부 권력을 찬탈하다), 권력을 강제적으로 행사해 '조선' 체제를 완성(2부 권력으로 강제하다), 절대 군주를 꿈꾸며 의도적으로 권위를 창출(3부 권위를 가탁하다), 군군신신을 강조한 세조의 권력과 권위가 충돌(4부 권력과 권위가 충돌하다)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조선 전기 정치 및 군사 제도사의 권위자로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 《조선 초기 체찰사제(體察使制) 연구》, 《한국군사사 5 조선전기 I》(공저) 등이 있다. 김규회 도서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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