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M. 쿳시의 『The Pole(폴란드인)』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이목을 끌고 있다. 쿳시는 노벨문학상(2003년)과 세계 최초의 부커상 2회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다.
바르셀로나의 음악 서클 여인 베아트리스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쇼팽 전문 폴란드 피아니스트 비톨트. 기혼력이 있는 비톨트는 칠십 대이고, 남편이 있는 베아트리스는 사십 대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은밀한 사랑 이야기가 간결하지만 팽팽하게 감긴 스프링 같은 산문으로 그려진다. 둘은 폴란드 출신 작곡가 쇼팽과 그의 연인 상드가 도피 여행을 한 스페인의 휴양섬 마요르카에서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일탈에 빠진다.
"좋은 사랑이 있고 나쁜 사랑이 있다. 그녀의 책상 맨 밑 서랍에서 여자의 다리 사이에서 밤낮으로 불타는 것은 어떤 사랑인가? 그녀는 젊었을 때 충동적으로 행동했다. 그녀는 그것을 믿었기 때문에 충동을 따랐다. 요즘은 더 신중해졌다. 신중한 행동-그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은 불로부터 거리를 지키고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기다리고, 그때도 여전히 궁금하면 재를 뒤적거리는 것일지 모른다."_p186~187
이 책은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이어서 음악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쇼팽 음악을 바흐 풍으로 담담하게 해석하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그리고 그의 음악과 대비되는 여러 음악가들이 소설 속으로 유입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책 말미에는 역자(왕은철)의 해설을 담았다.
저자 쿳시는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그리고 도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폴란드인』에서 특유의 통찰력과 날카로운 위트를 갖고 불가사의한 로맨스의 본질을 드러낸다. 『폴란드인』은 원래 영어로 쓰였지만 스페인어로 먼저 출간했다.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난 쿳시는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주립대(버팔로) 영문과 교수와 케이프타운대 영문학과 교수(1972~2001)를 지냈다. 그는 학자로서도 뛰어나 『백인의 글쓰기』 『검열에 관하여』 『이중 시점』 등 명저를 남기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고 있어요. 잘 자요. 나의 왕자님. 잘 시간이에요. 잘 자요. 좋은 꿈 꿔요. 베아트리스 올림"_p223
김규회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