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화비평가 이용훈 씨가 9월 17일(수)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 한울방에서 주민과 현장 사서들을 대상으로 북토크를 겸한 도서관 특강을 개최했다. 그는 "제대로 하려면 1박 2일은 필요하다"는 너스레로 강연의 문을 열었고, 청중의 열띤 호응 속에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용훈 씨는 신간『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4인 공저)의 저자이자 초대 서울도서관 관장을 지낸 도서관 전문가다. 그는 강연의 오프닝 멘트에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한국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일화를 들며 "질문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여 년간 도서관과 함께해 온 그는 도서관 현장의 경험을 소설처럼 풀어내며 술술 이어갔다. 특히 미국에서 말하는 '작은도서관'은 규모가 아니라 '봉사 대상 인구가 적은 도서관'을 뜻한다는 점을 짚으며,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일깨웠다. 그는 전국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수, 연간 도서 구입비용 등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며 현장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또한 그는 "사서의 경력이 많을수록 시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며 "이는 변호사나 의사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인턴 의사보다는 전문의를 찾듯, 경험 많은 사서를 만나는 것이 이용자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씨는 도서관의 본질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지식은 축적돼야 하고, 축적된 지식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개방돼야 한다. 그렇게 도서관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사회적·문화적 기관이 된 것이다" 라고 말했고, 이어 "도서관은 '시민의 서재'다. 내 서재는 아니지만 내가 머무는 시간만큼은 내 공간이나 다름없는,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집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의 클로징에서는 세계지도를 거꾸로 보여주며 생각을 이끌어냈다. "세상을 달리 보면 상상이 달라지고,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또 '도서관에 가면 돈을 번다'는 신선한 발상을 던졌다. 수십만원의 값비싼 책을 무료로 볼 수 있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은 자주 이용할수록 '본전을 뽑는' 셈이라는 것이다. 청중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김규회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