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모든 도서관은 자기만의 리듬이 있다

<사서 일기>
앨리 모건 지음·엄일녀 옮김
464쪽·1만7000원·문학동네

도서관닷컴 승인 2023.07.30 11:22 | 최종 수정 2024.01.03 15:17 의견 0

모든 것이 누구에게나 무료로 가능한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도서관이다. 큰 활자책과 오디오북 빌리기, 동요 배우기, 인터넷 사용, 덥거나 추운 날 편히 쉬기, 따라잡기 힘든 스마트 기기 사용법 배우기 등등. '사서 일기'는 도서관 에세이다. 지식을 나누는 공간이자 모두에게 열려 있는 안식처, 그리고 사회를 위한 훌륭한 균형장치인 도서관의 최전선에서 일한 어느 사서의 경험을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모든 도서관은 자기만의 리듬이 있다. 주간 계획, 일간 패턴. 도서관은 신뢰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이다. 도서관 이용자들에게는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구직원서를 내기 위해 매주 평일마다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구직자들부터, 매주 다양한 행사와 교실에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들과, 다 읽은 책 더미를 안 읽은 신착도서 더미와 교환하러 매주 수요일 똑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오는 연금생활자까지. 도서관은 정말이지 지역사회의 맥동하는 심장이다." _p156

'사서 일기'에 담긴 글의 힘은 지구 반대편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 사서에게조차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도서관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한계,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이 책 안에 다채로운 사연으로 담겨 있다. '정의 사서' 앨리의 도서관 구출기는 결국 앨리 자신을 구하기 위한 분투의 서사이자, 세상 모든 사서들에게 건네는 마법 같은 위로다.

저자 앨리 모건 (Allie Morgan)은 전직 열혈 사서이자 현직 도서관 애호가. 우울증과 PTSD, 자살충동으로 치료에 전념하던 중 지역 도서관에 보조사서로 첫 출근을 한다. 도서관이 자신을 구한 것처럼 이제 자신이 위기에 빠진 도서관을, 그 공간을 사랑하고 그곳이 필요한 이용자들을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grumpwitch(성질 더러운 마녀)'라는 트위터 계정에 소개했고, '내가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라는 타래가 하룻밤 사이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키며 언론과 전 세계 도서관 애호가, 독서인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것을 계기로 '사서 일기'가 탄생했다. 이 이야기는 그녀의 삶을 구한 이상하고도 멋진 도서관에 바치는 진심어린 러브레터이자, 그곳을 아끼는 이들에게 보내는 뜨겁고도 다정한 제안이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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