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북극 빙하 다 녹아도 바닷물 안 넘친다?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3.11.12 18:16 의견 0

남극의 '하얀 거인'이 깨어나고 있다. 최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남극을 둘러싼 해빙(海氷·바다 얼음)이 관측 사상 역대 최소 면적으로 줄었다. 영국 국토 면적의 5배가 사라진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바다 얼음의 면적이 줄어들면 지구 온난화 등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해빙은 태양 광선을 반사해 지구를 냉각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빙이 사라지면 바다는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할 수밖에 없고, 따뜻해진 바다는 더 많은 얼음을 녹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BBC는 해빙 소실을 남극이 지구의 '냉장고'에서 '열 방출기'로 변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은 물이다. 물의 98%는 바다에, 나머지 2%는 빙하, 강, 호수, 땅속(지하수)에 있다. 빙하(氷河·Glacier)는 천천히 움직이는 얼음의 강이다. 거대한 얼음덩어리는 단순히 물이 얼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백 년부터 수천 년에 걸쳐 쌓인 눈이 자체의 무게로 압력을 받아 얼음으로 변한 것이다. 얼음의 밀도는 바닷물보다 작아 바닷물 위에 떠다닌다. 빙하는 폭이 수백m에 이르기도 하고 길이는 수만㎞까지 나가기도 한다.

남극 대륙의 98%는 얼음으로 덮여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얼음의 약 90%가 이곳에 있다. 이 얼음은 약 3000만㎦ 정도의 담수를 가지고 있다. 빙하의 이동 속도는 매우 느려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해안가에 도달해 육상의 빙하 끝부분에서 얼음이 바다로 떨어져 나가는데, 이를 빙산(氷山‧Iceberg)이라고 부른다. 빙산이 주로 만들어지는 곳은 북반구에서는 그린랜드의 서쪽 해안, 남반구에서는 남극 대륙의 빙원(氷原· Icefield)이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올 때 빙산 속 얼음의 평균적인 나이는 약 5000살.

그런데 빙산이 바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촌 내륙에도 빙산과 만년설이 존재한다. 빙하가 녹는 것은 기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만년설이 만든 얼음산이 녹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빙하가 계속 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데, 다시 어는 속도보다 녹는 속도가 빨라 녹아내리는 것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녹거나 만년설이 붕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극과는 달리 남극은 대륙 위에 있는 얼음의 덩어리다. 따라서 얼음이 녹으면 전체적으로 바다의 수면이 올라간다. 1990년대 이후 남극 해빙이 녹으며 전 세계 해수면이 7.2mm 정도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이 심화할수록 연안에 위치한 도시들은 침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이 넘치지 않을까? 그럴 리는 없다.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면 제방의 물이 넘치고 강이 범람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바다가 넘쳤다는 말은 안 나온다. 왜 바닷물은 넘치지 않을까. 그 이유는 태양과 바람에 있다. 태양열과 바람은 끊임없이 바닷물을 증발시킨다. 하늘 높이 올라간 수증기는 구름이 되어 다시 비를 뿌린다. 그러면 또 태양열과 바람이 바닷물을 증발시킨다. 이러한 순환으로 인해 빙하가 녹아도 바닷물이 넘치지 않는다.

물컵에 물을 넣은 뒤 얼음을 넣고 잰 물의 높이와 얼음이 녹은 뒤 잰 물의 높이는 같다. 왜냐하면 물컵에 떠 있던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부피가 줄어들어 얼음이 물에 잠겨 있던 부분만 채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다에 떠 있는 빙산이 다 녹아도 바닷물은 넘치지 않는다. 북극의 빙하는 바다에 떠 있는 얼음이므로 해수면의 영향이 거의 없다. 대부분 바다에 떠 있는 얼음이라 녹아도 물의 부피가 늘지 않는다.

반면 남극의 빙하는 대륙 위의 얼음이라 녹으면 융빙수가 돼 바다로 흘러가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준다. 만약 지구의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60~90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대재앙을 맞는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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