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한글날은 언제 생겼나? 몇 번 바뀌었나?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3.11.08 08:07 의견 0

"찌아찌아 문화가 사라지지 않게 돼서 행복합니다."

14년 전,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주(州) 부톤섬 바우바우시의 소수 민족 찌아찌아족은 문자 없는 토착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한글을 공식 문자로 받아들였다.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은 '하늘에서 내려온' 맞춤형 글자인 것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 서문을 쓴 조선시대 학자 정인지는 "지혜로운 사람이면 훈민정음을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한글은 쉽고 과학적이며 독창적이다. 한글은 무려 1만1000여 개의 발음을 적을 수 있다. 일본의 300여 개, 중국의 400여 개에 비교해 보면 얼마나 뛰어난 글자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가히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자랑할 만하다.

한글은 15세기에 만들어졌어도 과학적 표기체계를 갖춘 21세기형 문자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2007년 아홉 번째 국제특허 공개어로 채택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 우수성에 비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은 세계유산이다. 유네스코(UNESCO)는 1997년 10월 한글을 세계기록유산에 등록했다.

훈민정음은 세계 최고의 알파벳 한글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한글은 조선의 성군 세종대왕(1397~1450)이 창제했다. 세종실록에는 세종이 뛰어난 언어학자였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여러 곳에 나온다. 2009년 10월 9일, 제563돌 한글날. 세종대왕 동상이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다. 동상은 무게 20톤에 폭 4.3m. 높이 6.2m(기단을 포함한 총 높이는 10.4m)의 위용을 자랑한다. 앉은 채로 왼손에 훈민정음해례본을 들고 있다.

훈민정음은 글자 한글의 이름이기도 하고 책의 이름도 된다. 훈민정음은 해례본(한문)과 언해본(한글) 등 두 가지가 전해온다. 한글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것은 1446년(세종 28년).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3년 만이다. 애초 28개의 문자였지만 닿소리 4개와 홀소리 1개가 점점 쓰이지 않더니 중간에 없어졌다. 현재는 자음 14자, 모음 10자를 합해 24자의 자모만 쓰인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주시경(1876~1914) 선생이 처음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글날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원래 한글날의 이름은 '가갸날'이었다. '가갸거겨'할 때의 '가갸'를 빌려와 이름으로 삼았다. 가갸날이 처음 제정된 1926년에는 11월 4일이 가갸날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은 훈민정음이라는 책을 완성한 때를 1446년 음력 9월이라고 적어 놓았다. 정확한 날짜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는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을 한글을 기념하는 날로 정했다. 그해(1926년) 음력 9월 29일에 해당하는 날짜가 바로 11월 4일이었다.

가갸날은 1928년부터 한글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1931년 무렵부터 많은 사람이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한글이 반포된 날로 삼은 1446년 음력 9월 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931년에는 10월 29일을 한글날로 했다. 이후 정확한 양력 환산법(그레고리력)을 적용해 1934년부터는 하루 앞당긴 10월 28일을 한글날로 기렸다.

그런데 1940년 7월 경북 안동에서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훈민정음 원본(해례본)이 발견됐다. 책의 기록에 '9월 상한(상순)'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상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바꾸면 10월 9일이 된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는 광복 후 1946년부터 현재까지 훈민정음 반포일인 10월 9일을 한글날로 삼고 있다.

북한은 다르다. 훈민정음을 만든 날을 기준으로 한다. 1443년 음력 12월을 양력으로 환산해 1월의 한가운데인 1월 15일을 '훈민정음 창제일'로 기념하고 있다.

요즘 우리말을 변용한 '인터넷 언어'를 쓰는 사람이 많다. 재미로 잠깐 쓰는 건 몰라도 한글을 흔들 정도가 되면 곤란하다. 글자는 민족의 얼을 담는 그릇이다. 만약 세종대왕이 없었다면 우리는 '영혼이 없는 민족'이 됐을지 모른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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