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마음으로 우리 이야기 남기고 싶다"

작가 황석영, 어린이 민담집 발간…2025년 봄까지 50권 완간할 예정

도서관닷컴 승인 2023.11.21 14:26 | 최종 수정 2023.11.21 16:01 의견 0
사진=출판사 제공

"한 시대를 살아온 할아버지로서 우리 손자·손녀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남겨 주고 싶다."

한국문학을 대표해 온 작가 황석영(80)이 어린이 민담집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는 지난 11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아이휴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황석영은 등단 60여년 만에 첫 어린이 책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시리즈> 5권을 지난달 30일 출간했다. 80세의 노작가는 손주들에게 재밌는 우리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어린이 민담을 썼다. 이번 신작은 2020년에 쓴 <철도원 삼대> 이후 3년만이다. <무기의 그늘>, <한씨 연대기>, <객지> 등 한국 현대사를 깊숙이 들여다 본 그는 이제 민초들의 일상을 복원해내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듯하다.

민담은 민초들의 일상과 역사의 중간 지점에 있는 영역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민담은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시대마다 지역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띤다. 민담에는 민초들의 힘겨웠던 삶의 모습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겨내고자 했던 조상들의 용기와 희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황석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형된 민담의 원래 이야기를 20여 년간 수집해 왔다. 한국정신문화원이 간행한 <한국구비문학대계>, 조선시대 야사집인 <대동야승>, 유몽인의 <어우야담> 등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관점으로 기록된 민담들을 탐색해 왔다. 이번 작품은 <철도원 삼대>를 쓰고 난 뒤 경기도 광주로 서재를 옮기는 과정에서 찾아 낸 20여권의 민담 자료들이 근간이 됐다.

민담은 같은 내용이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 비교하고, 저본(底本)을 무엇으로 할지를 고민했다. 예컨대 호랑이 이야기는 전국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호랑이가 가장 많이 출몰한 강원도 민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황석영은 "<콩쥐 팥쥐> <신데렐라>와 같이 지역과 생활방식이 달라도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좋아하는 이야기는 비슷하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이어령 선생의 말을 언급했다. 그는 또 "K-POP과 K-콘텐츠의 열풍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전 세계가 SNS로 하나로 엮어지는 지금 우리 문화의 진수이며 뿌리인 민담을 다시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로 나가기에 앞서 '나는 누구인가'를 정확히 아는 정체성의 확립이 필요하다"며 "민담이야말로 우리 이야기의 원천이며 K콘텐츠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시리즈는 총 5부로 발간된다. 한 달에 2~3권씩, 2025년 봄까지 50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이번에 나온 1차분 5권은 단군 신화와 고구려, 백제, 신라의 건국신화를 모은 '우리 신화의 시작'을 비롯해 '연오랑과 세오녀', '해님 달님', '우렁각시', '지하 마왕과 한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1부 10권은 서울과 경기도, 2부는 충청도와 전라도, 3부는 강원도와 경상도, 4부는 제주도와 여러 섬들, 5부는 이북 지방의 이야기들로 채워가게 된다.

그동안 우리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민담집은 2012년 현암사에서 발간한 독일의 그림(Grimm) 형제가 쓴 <그림 형제 민담집: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였다. 이번 황석영의 민담집 시리즈를 계기로 아이들이 우리나라 도깨비와 호랑이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노우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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