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인간 실존과 부조리의 온상 '돈이 뭐기에'
북리뷰 <황금종이>(전2권)
…11월 3~5주차 신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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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3:21 | 최종 수정 2024.01.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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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살아있는 거장 조정래(80)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황금종이>(전2권)라는 또 하나의 역작으로 독자를 만난다. 그는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꼽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1500만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한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황금종이>는 자본주의 세상 '유일신'이 되어버린 돈을 향한 인간의 질긴 욕망과 갈등을 파헤친다. 정의롭고 청렴한 행보로 명망을 쌓아가는 주인공 이태하 변호사. 그를 중심으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짜여진 모든 이야기들은 마치 한 편 한 편이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이태하에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돈과 관련된 송사가 날아든다. 이태하의 선배로 정신적 멘토 한지섭은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고,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지만 초심을 잃고 권력에 야합하는 운동권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 귀농을 결심한다.
중요한 생존 수단이되 오히려 그것이 생존을 위협하는 냉혹한 돈의 아이러니.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비극의 향연, 황금만능주의로 비인간화되어 가는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영혼까지 끌어당겨' 투자를 하고,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평생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김밥 할머니부터 다섯 살 아이에게 편법 증여를 하는 졸부들까지, 돈을 둘러싼 사람들의 민낯은 극과 극을 오간다. 우리는 실제 현실에서 그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 마약중독, 도박중독, 알코올중독, 니코틴중독만 있는 게 아니야. 독하기로 치자면 돈 중독이 제일 독할걸, 아마." ………"다른 중독들은 남을 해치는 일 없이 스스로 허물어지고 망가지는데, 돈 중독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마구 죽여대니까."_p16~17
저자의 예리한 필치와 섬세한 심리 묘사는 각각의 이야기가 지닌 리얼함을 극대화하며 독자들을 강력하게 이입시킨다. 저자는 모든 가치를 앞질러 날로 막강해지는 돈의 힘에 대해 엄중한 질문을 던진다. 생존의 도구이자 생존을 위협하는 무기이기도 한 돈의 위력 앞에서 어떻게 노예가 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중심을 유지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고.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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