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책과 공간…역설적인 도서관의 기능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처음 듣는 이야기>
우치다 다쓰루 지음‧박동섭 옮김
236쪽‧1만6000원‧유유

도서관닷컴 승인 2024.06.18 15:14 | 최종 수정 2024.06.18 18:4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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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 제목이 눈길을 끄는 책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처음 듣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도서관, 출판, 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고요한 도서관, 책이 많이 대출되지 않는 도서관이 오히려 책과의 신비로운 만남을 주선하는 성스러운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도서관은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다. 책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고, 성장의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도서관은 개인을 지지하는 공간이자 건강한 사회를 지탱하는 공간이다.

책은 지금 여기에 없는 '필요'를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실용적 독서가 만연한 현대 독자들에게는 다소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지금 읽고 싶은 책' 보다는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을 읽고 싶다고 느끼고, 읽을 수 있을 만큼의 문해 능력을 갖춘, 언젠가는 충분히 지성적·정서적으로 성숙한 자신이 되고 싶은 욕망이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책을 책장에 꽂도록 이끈다고 한다.

저자는 집필 활동을 '전도'라고 해석한다. 부탁받지도 않고 아무도 바라지 않는데도 발품을 팔고 없는 돈을 써 가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꼭 전도사의 선교와 같다는 것이다. 어느 때는 카뮈, 어느 때는 무라카미 하루키, 또 어느 때는 소설가 하시모토 오사무의 전도사가 되어 사람들의 위대함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상하리 만큼 특이한 저자의 도서관과 책, 출판에 관한 색다른 생각들이 담겨져 있다.

전성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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