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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59 | 최종 수정 2024.07.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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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어느 날 보았습니다
폭우로 개천이 넘치고
도로가 잠기자
비 맞으며
고개 숙여 흐느끼고 있는
그를
□ □ □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이럴 때 비를 온전히 맞고 있는 길 위의 가로등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마음과 욕구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것을 안다면 직관 능력이 좋아지게 될 겁니다.
그 직관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도구로 쓰일 수 있겠지요.
제가 챗GPT에게 요청했습니다. 폭우가 쏟아져 개천이 넘치고 도로가 잠겼을 때,
가로등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써달라고.
챗GPT는 단 3초만에 <비오는 밤, 가로등 아래>라는 제목으로
비가 쏟아지는 밤,/가로등 아래로/비친 빗방울이/어둠을 살며시 비추네.//
빗소리가 강이 되어/개천을 넘어서며/도로는 물에 잠겼지만/가로등 아래엔 빛이 있네.//
한 줌의 빛이여,/어둠을 밝히는 네가/비오는 밤,/남의 길을 비추리라.
이렇게 써줬습니다.
사람이 쓴 시와 AI가 쓴 시의 차이가 뭘까요?
좋은 시는 현상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시적 대상의 마음을 찾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니까요.
챗GPT는 보이는 것을 드러내는 현상 위주의 시를 썼지만
인간은 사물로 비유된 사람의 마음을 보려고 했습니다.
비 맞으며 고개를 숙여 울고 있는 가로등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런 마음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숨은 욕구는 무엇일까요?
그런 마음을 찾아 우리 삶에 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의 의미입니다.
인간의 감성‧마음, 이런 단어는 기계가 가질 수 없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신가요?
시인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장·도서출판 '넌참예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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