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마사오·가토 슈이치 『번역과 일본의 근대(飜譯と日本の近代)』(1998)
(임성모 옮김 / 도서출판 이산 / 232쪽/ 1만2000원 / 2000년 8월 25일 초판 1쇄 발행 / 2018년 1월 25일 초판 8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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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근대사상대계(1988~1992, 전 23권 · 별권 1, 이와나미쇼텐 간행) 중의 한 권인 『번역의 사상』(가토 슈이치·마루야마 마사오 편, 1991년 9월 간행)을 편집하던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p5
(가토) '이거 큰일이군'이라는 일본인의 반응이 극한적으로 표출된 것이 바로 메이지 유신이지요. / (마루야마) 일본이 운이 좋았다고 하는 해석은 국제정치를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식입니다. 동아시아에 대한 제국주의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세계는 서로 전쟁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pp15~18
(마루야마) 가장 빨리 근대화한 것이 군대입니다. (...) 그래서 최초로 서구화를 받아들인 건 군대를 포함한 기술관료였습니다. / (가토) '근대화'의 첫걸음은 외국인 교사, 유학생, 시찰단, 그리고 번역입니다. p25
(마루야마) 후쿠자와의 주장과 소라이의 접근방식은 유사합니다. 비교라는 시각이 그렇습니다. 일본인이 전통적 한문 독법으로 중국 고전을 숙지하고, 거기다 자신과는 이질적인 것을 번역문으로 읽고 있는 거라고 자각하기만 한다면, 비교라는 방법·의식에 의해서 본가(本家)·원조인 중국인보다도 더 깊이 알 수 있다고 하는, 흥미로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 『학칙』에서 :중국어도 '주리격설'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점이 사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소라이는 네덜란드어와 중국어를 똑같이 봅니다. 방법론으로서 탁월하지요. pp34~36
(가토)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중국어냐 네덜란드어냐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가 여러 개라는 것이겠죠. 일본어말고도 같은 언어가 있다고 하는 것 말입니다. (...) 소라이가 일본어를 수많은 언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그건 무척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일종의 의식혁명이지요. 혁명입니다'. pp36~37
일본은 실증주의의 눈으로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보기 때문에, 『사기』부터 『한서』 이하의 역사서, 그리고 역시 『춘추좌씨전』이죠, 이런 책들을 필독문헌으로 정독하게 됩니다. p72
(마루야마) 메이지 10년대가 되면 월터 배젓 Walter Bagehot (1826~1877)이 집중적으로 주목을 받습니다. 그의 『영국 헌정론』(1867)은 여러 종류의 번역이 나오죠. 배젓의 또 다른 저작인 『물리와 정치』(1872)도 1882년(메이지 12)에 번역되는데, 그 제목이 『격물정리학』이에요. (...) 스펜서의 『사회정학』(Social Statics)은 '사회의 평형'이라는 원래 제목을 마쓰시다 쓰요시가 '사회평권론'으로 번역했기 때문에 자유민권운동의 베스트셀러가 되지요. 모두 6권이나 되는데도 부티나게 팔렸어요. p107
제임스 커티스 헵번 James Curtis Hepburn (1815~1911)의 『화영어림집성』은 일본 최초의 일영사전으로 '문명개화' 시기의 언어상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제3판까지 증보된 단어가 무려 1만 자이고 대부분은 한자 조어이다. p110
"막부 말기 2대 베스트셀러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과 헨리 휘턴 (1785~1848)의 『만국공법』이죠. 휘턴의 『만국공법』 번각본 출판이 1865년이고, 비세링의 『만국공법』을 니시 아마네가 강의한 것이 이듬해, 그 출판이 1868년이니까, 어느 쪽이 먼저인지를 가리기가 힘들 정도죠. 아무튼 두 책 덕분에 '만국공법'이라는 인식은 단숨에 확대되었습니다. p114
(가토) 메이지 초기의 번역서를 보면 우선 군사관계, 병법이 두드러집니다. 아주 이른 시기부터지요. 과학 기술을 보면 자연과학 중에서 물리나 수학보다도 화학 분야의 번역이 많아요. 증기기관 같은 공업기술을 빼면 말이죠. 의학도 많습니다만, 의학의 경우에는 난학이 기초에 있었기 때문에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좀더 자세하게 알자는 요구야 있었겠지만, 에도 시대 이래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번역서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화학은 그렇지 않죠. 따라서 왜 그랬을까 하는 문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 (마루야마) 세이미가쿠라는 거죠.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음을 문자로 딴 겁니다. ('화학'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조어다 - 옮긴이.) / (가토) 그 다음이 법률제도의 문제입니다. 서양과의 교류라는 필요성으로부터, 뭐니뭐니 해도 '만국공법'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그리고 제도개혁을 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제도를 참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만큼 그 배경을 알자는 의도도 있어서, 후쿠자와가 전형적이지만 서양 사정 일반에 관해서 정보를 얻고 싶었던 거죠. 지리적 지식이나 역사 말입니다. 메이지 시기에 어떤 것을 번역했는가 하는 데에 당시의 사회적 요구가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학과 예술이 오지요. p146
번역 문화가 그 나라의 문화적 자립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으로 문화적 자립을 강화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번역은 외국의 개념과 사상의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항상 자국의 전통에 의한 외래 문화의 변용이기 때문이다. pp17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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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1914~1995)
오사카에서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평론가로 필명을 날리고 있던 마루야마 간지(丸山幹治)의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그 시대 수재들의 선망이었던 제1고등학교를 거쳐, 1937년 도쿄 대학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40년에 동 대학의 조교수가, 1950년에 교수가 됐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일본정치사상사 연구에 신기원을 수립했으며, 특히 1946년 『세계』 5월호에 발표한 「초국가주의의 논리와 심리」는 일본 사회와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던 일본사상계에 그는 혜성과 같이 등장해, 일본의 사상계가 나아가야 할 길과 방향 그리고 비전을 과감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일본의 학계와 지성계의 흐름을 주도해왔으며, 그로 인해 '학계의 덴노(천황)', '마루야마 덴노'로 불렸다. 오규 소라이를 일본 정치의 발견자, 후쿠자와 유키치를 자유주의적 계몽주의자로 조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2003년에 『福澤諭吉と丸山眞男』(후쿠자와 유키치와 마루야마 마사오)라는 비판서가 출간되기도 했다. 이는 2015년에 『마루야마 마사오가 만들어낸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라는 이름으로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1971년에 은퇴할 때까지 도쿄 대학에 재직하면서, 그사이 하버드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성 앤서니 칼리지의 객원교수를 지냈다. 1973년에는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그후 도쿄 대학 명예교수, 일본학술원 회원, 영국학술원 외국인 회원이 되었으며, 프린스턴 대학 고등연구소 연구원을 지내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일본정치사상사연구』, 『일본의 사상』, 『전중과 전후 사이』, 『후위의 위치에서』,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세이빈의 『서양정치사상사 1』이 있다. 1995년에서 1997년에 걸쳐 전집 『마루야마 마사오집』이 간행됐다.
#가토 슈이치(加藤周一, 1919~2008)
도쿄 출생,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문학·사상·예술·역사·정치 등 전방위 분야에서 예리하고도 깊이 있는 저술 활동과 발언을 했다.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했다. 일찍부터 유럽문학과 일본의 고전을 읽었다. 1951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대학 등에서 혈액학 연구에 종사하는 한편 일본 잡지와 신문에 문예평론을 발표했다. 귀국 후 1956년 「일본 문화의 잡종성」을 수록한 『잡종문화』를 펴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58년 제2회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 참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평론 활동에 매진했다. 『양의 노래』, 『석양망어(夕陽妄語)』, 『일본문학사 서설』(상·하), 『일본인이란 무엇인가』, 『저항과 문학』, 『20세기의 자화상』등 55권의 저서가 있으며, 《가토 슈이치 저작집》(전 24권)으로 집대성됐다. 예일대·뮌헨대·브리티시콜롬비아대 등 미주와 유럽의 대학들과 일본 조치대·리츠메이칸대 등에서 가르쳤다. 1980년 『일본문학사 서설』로 오사라기지로상, 1993년 아사히신문상을 받았으며, 200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을 비롯한 반전 사회운동에 앞장섰으며, 오에 겐자부로와 츠루미 슌스케 등과 함께 2004년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9조모임'을 만들어 전국 각지에서 강연회를 여는 등 2008년 생을 마칠 때까지 평화헌법 수호운동에 헌신했다. 『사라진 판목, 도미나가 나카모토의 기이한 소문』이라는 희곡을 내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전후세대의 전쟁책임』, 『시대를 읽는다 : '민족' '인권' 재고』, 『가토 슈이치 저작집』등이 있다.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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