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현실사이] 변호사업의 애로

사실과 법리 기반해 싸우는 직업…공익성도 지녀 법과 제도 개선에 부담

도서관닷컴 승인 2024.09.04 09:24 | 최종 수정 2024.09.04 09:37 의견 0
사진 출처=서울지방변호사회 공식 블로그

변호사는 의뢰인을 대신(정확히는 그 승패결과가 의뢰인 본인에게 귀속되기에 법률상 '대리(代理)'라고 한다)해서 싸우는 일을 한다. 여기서 '싸운다'는 것은 물리적인 싸움이 아니라 사실과 법리에 기반한 싸움을 말한다. 즉, '말과 글'로 판사를 설득하기 위해 싸움을 하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 입구에는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라는 표어가 적혀 있다. 변호사회 회의실이나 여러 홍보물에도 많이 들어가는 표어다.

변호사의 싸움은 크게 두 종류다. 사실관계에 관한 다툼 즉, '니 말 맞냐? 내 말 맞냐?'의 다툼 유형이 그 하나고, 나머지는 법원, 검찰 등 공적 기관의 견해, 해석 내지 법 제도가 맞느냐의 다툼이다. 후자의 싸움은 주로 법적인 상대방 보다는 법원, 검찰을 상대방으로 하는 측면이 크다. 물론 두 가지 양상의 다툼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변호사의 영리 즉,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후자의 다툼은 그 과정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해결이 된 이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업적으로 불리하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 간통죄로 고소를 당해 처벌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이 있다. 간통사실이 실제 있었는지에 관한 사실관계나 증거를 다퉈볼 수도 있겠으나, 그게 쉽지 않다면 간통죄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의 위헌성을 치열하게 다퉈야 한다. 결국 간통죄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이 되면(실제 2015년 위헌으로 폐지), 더 이상 그런 유형의 싸움은 없고, 변호사가 맡을 사건도 없어진다. 간통죄에 대해 위헌판단을 받은 해당 변호사의 실력이나 명성은 유명해질 수도 있겠으나, 다시는 해당 사건의 선임시장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일까? 변호사법 제1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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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조(변호사의 사명)

①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②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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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변호사의 영리 사업자로서의 성격보다는 공익성의 근거가 도출된다고 본다. 인권, 법률제도 개선 노력 등을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히 무병장수한다면 의사의 경제적 생활이 어려워질테고, 심지어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겠으나,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변호사도 사건을 수임하려면 열심히 법 제도의 개선을 위한 싸움거리를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의뢰인들이 부당하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겠으나, 아무도 그 부당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미 고착화된 법 제도화된 것을 찾는 것은 여전히 변호사의 몫일 수 밖에 없다.

사법(司法)의 본질은 구체적 사건성을 전제로 한다. 일반적인 법 제도의 개선은 국회나 정부, 혹은 시민단체에서 할 일이다. 송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개별사건에서 법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개별사건의 사정이 법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안이라면 다퉈보기 쉬울 수도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검사나 판사의 법 해석 관점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더딘 인식에 참담함을 느낄 수도 있고, 너무나도 보수적 관점에 안타까움을 갖기도 한다.

사법연수원 시절 들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무식한 변호사가 판례(변경)를 만든다'는 것이다. 기존 판례를 잘 알지 못하니 사건을 수임하고, 일단 사건을 선임했으니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고 하다가 새로운 판례(즉, 기존 판례변경)를 만든다는 것이다.

필자도 무식해서인지 혹은 무모해서인지 안타깝게(?)도 판례변경을 이끌거나 일조를 한 경우가 있다. 단지 한 사건으로 변화를 이끈 것은 아니지만, 다시는 이런 사건을 못하겠구나 하는 아쉬움과 허망함을 동시에 느꼈다.

박원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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