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기도서관' 민간위탁 추진 안 될 말
정보와 지식의 허브 역할 전문성 필요…효율 보다 공공성 먼저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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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0:24 | 최종 수정 2024.09.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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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대표도서관을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겠다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가 내년 하반기 개관을 앞둔 광역대표도서관인 '경기도서관'을 민간에 위탁하겠다고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
동의안에서 도는 경기도서관의 기능 중 정책기능(시책개발, 지역도서관 협력네트워크 구성)은 도가 직접 수행하고, 대민서비스를 포함한 경기도서관 운영 전반은 위탁하는 것으로 업무 범위를 정했다. 사서직 공무원 확충의 어려움을 들어 효율적 운영·도서관 서비스 강화와 창의적 콘텐츠 기획 필요성을 이유로 내세웠다. 민간위탁이 아니면 효율적 운영과 창의적 콘텐츠 기획이 어려운 것인가 의문이다.
광역대표도서관은 도서관법에서 관할지역의 도서관시책을 수립·시행하고 광범위한 주제에 걸친 도서관 자원 및 정보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유지하는 도서관의 도서관이다. 경기도에는 공공도서관 319곳, 작은도서관 1,626곳 총 2,000여개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공공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과연 경기도 도서관을 위한 도서관이 될 수 있는가?
광역대표도서관은 도서 대출이나 정보 제공, 문화 프로그램 운영에서 나아가 중앙 도서관으로서 체계적인 자료 수집, 시군구 지원 등 장기적으로 수행해야 할 업무의 비중이 기초 지자체의 도서관보다 크다. 본청에서 도서관정책을 담당한다고 하더라도 도내 전체 도서관을 이끌며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경기도 전체 도서관의 중앙도서관으로서 다른 도서관을 리드해가려면 양질의 사서 확보·육성·적정한 처우를 전제로 한 서비스의 질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
민간위탁은 일정 기간마다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등 장기간 일관성이 있는 운영이 확보되기 어렵다. 또한 인건비가 공무원보다 적게 든다고 해도 장기적으론 더 늘어나는 구조다. 민간위탁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도서관의 공공 서비스에 민간 운영이 도입되면 사업의 계속성, 안정성, 축적성을 갖추기 어려워 전문성이 훼손된다. 독서와 지적 자유를 지키는 역할, 사회문화시설 거점으로서의 역할, 주민 간 교류의 장 역할 등 다면적인 거점이 될 수 있는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민간에 의한 도서관 이용자 개인정보의 관리, 수익 없는 공공시설의 관리로 인건비 절약으로 서비스 질 저하, 10년은 축적되어야 하는 전문가로서 사서의 성장 저해 등 우려가 커진다.
도서관의 본래 목적과 역할은 주민들이 정보를 알고 지식을 얻는 것이다. 화려한 기획도 필요하지만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기반 마련이 우선이다. 정보와 지식은 사람에게 자유와 권리를 준다. 이를 보장하는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이 공립 도서관이다. 중앙이나 지방정부가 국민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지적 문화 복지이기도 하다. 도서관 등의 사회문화시설은 효율이라는 면만으로는 도모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한다. 영리 목적을 추구하는 민간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
광역대표도서관의 민간위탁은 간판은 광역대표이나 실은 도서관이 소재한 시에 하나의 공공도서관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 동의안을 심사하는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광역대표도서관의 참뜻을 새겨 이를 반대해야 한다.
이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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