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토마토는 채소? 과일? 미국 대법원 판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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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9 07:20 | 최종 수정 2024.10.1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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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토마토(tomato) 세상.' 우리나라와 스페인에서 8월 대표 여름 축제인 '토마토 축제'가 열려 뜨겁게 달군 더위를 식혔다.
2024 화천 토마토 축제는 8월 1일부터 4일까지 열렸다. 야(夜)호(好)존, 이벤트존, 워터존, 체험존, 밀리터리존 등 6개의 테마 구역은 토마토를 주제로 한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특히 토마토 속에 숨겨진 '황금 반지를 찾아라' 이벤트로 토마토 풀장이 장관을 연출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부뇰에서는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라 토마티나(La Tomatina)'라는 토마토 축제가 열렸다. 이곳에서 1년에 단 하루, 수십 톤의 토마토가 푸에블로 광장의 축제 마당에 쏟아지며 세계에서 가장 짜릿하고 재미있는 토마토 전쟁이 벌어진다.
토마토는 레드 푸드의 대표 주자다. 최고의 식재료로 토마토만 한 게 없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토마토의 한글 이름은 '일년감' 옛 문헌에는 한자로 '일년시(一年枾)'라고 나온다.
토마토가 한국에 소개된 역사는 꽤 오래됐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토마토를 '남만시(南蠻枾)'라고 소개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의미다. 지봉유설이 쓰인 때가 1614년이니 그전에 이미 토마토가 한국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토마토는 보양식으로 으뜸이다. 서양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갈수록 의사 얼굴은 파랗게 변한다'는 말이 있다. 토마토를 먹으면 병원에 갈 일이 없을 만큼 건강에 좋다는 얘기다. 특히 남성에게 좋다. 17세기 영국에서 청교도 혁명 후 집권한 크롬웰 정부가 "토마토에 독이 들었다"는 루머를 퍼뜨렸을 정도다. 쾌락을 금기시하는 청교도들이 도덕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거짓말까지 퍼뜨린 것. 사람들이 토마토를 정력제로 생각해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소문의 진위를 떠나 토마토에는 힘을 내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영국에서 토마토수프를 매일 먹은 남성들은 정액 속 리코펜(lycopene) 수치가 증가해 활동력이 왕성한 '슈퍼 정자'가 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토마토는 만병통치 자연식품이라고 불릴 만큼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 열량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리코펜은 암·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낮춰준다. 리코펜은 지용성(脂溶性)이라 데치거나 불에 볶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2~3배 높아진다. 체중 조절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서 비만 환자들에게도 인기다.
그런데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미국 연방대법원은 1893년 토마토를 채소로 결론 냈다. 당시 미국에서는 관세법에 따라 과일은 관세가 없고, 채소는 관세가 높았다. 이 문제는 중요한 법적 논란을 낳았다. 당시 채소에만 매겨지고 있던 관세가 토마토에도 매겨지자 한 과일 수입업자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과일 수입업자 닉스와 세관원이었던 헤든의 이름을 따 '닉스 대 헤든(Nix vs Hedden)'이라고 부른다.
대법원은 토마토를 디저트로 먹지 않고 요리에 사용하는 점을 근거로 채소라고 규정해 업자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토마토는 채소로 여기는 것이 당연한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지금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나라에서는 토마토가 대부분의 요리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과일로 착각하기 쉽다. 토마토를 요리로 활용하기보다는 디저트로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토마토는 여러 분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중 국적자가 된다. 식물학에서는 토마토를 과일로 분류한다. '씨를 가진 자방(子房)이 성숙한 것'이라는 과일의 정의에 맞아떨어진다. 반면 원예학적인 분류법에서 토마토는 과채류(果菜類)에 속하는 채소다. 식품학에서도 당분 함량이 보통 과일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이어서 채소에 더 가깝다고 본다.
팔방미인 토마토의 이름은 멕시코의 말 '토마틀(tomatl)'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속이 꽉 찬 과일(plump fruit)이라는 뜻이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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