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기억기관'으로 만나는 새롭고 풍성한 도쿄

<도쿄 모던 산책>
박미향 지음
304쪽‧2만3000원‧지에이북스

도서관닷컴 승인 2024.10.29 09:47 의견 0

도쿄는 과거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것을 재구성해 해석한 지금의 시간과 공간이 서로 얽혀 있는 독특한 도시다. (…) 도쿄의 기억기관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이 문화적 교감과 소통의 에너지가 도쿄라는 도시의 브랜드파워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실감했다. 흥미로운 경험의 장소, 세계적 도시로 평가받는 도쿄 뒤에는 이처럼 든든한 시공간적 배경이 있었다._20쪽

문헌정보학자 박미향이 2년간 일본 와세다대 방문학자로 있으면서 일본의 기억기관을 탐구하며 기록한 책 《도쿄 모던 산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2021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빗장을 푼 일본의 기억기관들을 조심스레 방문해 걸어 다니며 정리한 시간과 기억의 흔적이다. 기억기관은 사회적 기억을 담는다는 의미로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기록관 등을 포괄한다.

《도쿄 모던 산책》은 도쿄 여행에 깊이와 감각을 더하는 매혹적인 장소 59곳을 대상으로 한다. 1부에서는 근대(modern)를 살펴보고, 2부에서는 근세(early modern)로서의 에도를 다룬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까운 과거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 방식을 택해 점차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그림과 사진, 세심 있게 만든 아기자기한 지도는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근대와 근세를 세계인 또는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한눈에 비교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세계사적인 시간과 지식문화의 흐름을 두 가지 형태의 연표로 정리해 수록한 점도 돋보인다.

책을 펼쳐보면 사진들이 가득해 '미술책'같기도 하고, 작가가 스케치하듯 그린 지도와 건물을 보면 친절한 '도쿄여행서'같기도 하고, 전문가적인 시선으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해 놓은 것을 보면 '일본문화서'같기도 하다. 책은 저자의 세심한 관찰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한 차원 높은도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추천사에서 김익한 명지대 명예교수는 "이 책 한 권만으로도 도쿄의 문화공간을 만끽하는 기분"이라고 했고, 최민호 스텔라갤러리 관장은 "머리를 비우고 가슴을 채워주는 여행 같은 책", 신중진 성균관대 교수는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선 깊이 있는 문화예술 탐구서", 이지연 연세대 교수는 "역사와 문화, 건축과 예술을 아우르는 혜안을 담은 책"이라고 호평했다.

저자 박미향은 여는 글에서 "나의 기억기관이 '우리의 기억기관'으로 널리 퍼지기를, 이를 통해 도쿄를 더 깊게 만나고, 우리의 서울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풍성한 사색의 시간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도쿄 모던 산책》은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은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도쿄의 숨겨진 매력 발견, 일본 문화에 대한 더욱 풍성한 이해, 내 삶을 넓게 조망하는 영감. 이 3가지가 이 책이 주는 선물이다.

'기억기관 칼럼니스트'라고 칭할 만큼 기억기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저자는 연세대 문헌정보학·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 정책학석사 학위를, 연세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장을 거쳐 현재 국립외교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같은 나라를 여행했다고 해도 다 같은 여행은 아닐 것이다. 자신만의 테마를 정해서 주체적으로 여행 루트를 짜서 보고 싶은 것을 한가득 눈에 담아온 여행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 모던 산책》의 출간은 반가운 소식이다.

김규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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