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天職). 하늘이 내려준 직업. 사서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도서관에서 일한 것이 자신의 인생이었다고 말하는 사람. 30년 현장 전문가인 황재영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사서도 몰랐던 도서관 세계》를 세상에 내놓았다.
책과의 첫 대면은 좀 밋밋했다. 글자 포인트에는 힘이 부족했고, 자료사진은 흑백 무성영화를 트는 듯한 느낌으로 무료했다. 그런데 반전의 매력이 있다. 내용이 속이 꽉 찬 김장배추처럼 토실토실했다. 한 입을 베어 물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도서관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우리가 도서관을 말할 때 건물의 외형만으로 도서관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도서관이 완공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과정에 숨져진 이야기까지도 살펴야 도서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_47쪽
저자는 이 책이 학술도서가 아니라 교양도서로 봐달라고 했다. 그러나 읽다보면 종종 인용하는 문구나 구절 등이 세밀해서 착각할 때가 있다. 그만큼 논증의 노력들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문헌정보학 박사인 저자는 한국전문도서관협의회 부회장, 한국문헌정보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고, 《우리 도서관을 팝니다》, 《전문도서관 편람》, 《톡톡 튀는 도서관 정보서비스》 등을 공저로 펴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사서의 시각으로 읽고 해석한 일종의 도서관 소감문. 칸트, 노자, 모택동이 한때는 사서였다는 일화, 도서관에서 인생을 바꾼 사람들, 도서관이 지어지는 과정, 사서의 직업 세계, 도서관 기행, 슬기로운 도서관 활용법 등 우리 일상 속에 비친 다양한 도서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장은 영화와 소설 속에 비친 도서관을 그렸다. '쇼생크 탈출', '시티 오브 엔젤'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에서부터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직지코드', '도서관의 시대'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 소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속에서 도서관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재미있게 소개했다.
3장은 우리 주변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안내한다. 조선 왕실도서관, 대통령도서관, 전주시 특화도서관, 의정부 미술도서관,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민병갈 식물도서관, 정약용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 등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특별한 도서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4장은 사서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최근 이슈들을 다뤘다. 도서관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정리하고 저자의 생각과 고민을 덧붙였다. 도서관 예산, 도서관 공간, 도서관의 '코로나19 보고서', 도서관과 인공지능, 빅 데이터 시대, 도서관의 지적자유와 도서 검열, 리터러시, 사서의 역할과 미래 등 저자 나름의 통찰력과 시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독자들, 특히 사서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도서관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을 쓰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지금껏 내가 알던 도서관에서 벗어나 더 아름답고, 더 위대한 도서관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한다.
김규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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