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비상계엄에 이어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에 이른 우리 사회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이 표출됐다. 신년 초에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도서관협회 등 27개 단체는 작년 12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도서관인 연대 선언문'을 통해 "도서관인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회복과 국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접근과 알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료 활용과 검증 등 민주주의 지적 자유 옹호
도서관은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높이는 일에 기여한다. 모든 사람이 개인적‧사회적‧직업적‧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이용하고,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수집한 자료는 이용자들에게 제공돼 활용, 검증, 인용 등을 통해 사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민주주의 시스템은 지식과 정보의 합법적 유포와 엄격한 언론 유포에 의존하고, 도서관은 소장 정보에 대해 이용자 스스로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적 자유를 옹호한다. 도서관은 풍부하면서도 유해한 정보가 동시에 존재하는 인터넷에서 정보 활용에 비판적 사고 기술을 전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도서관이 단조롭고 순응적인 정보제공자로 보이지만, 정보자원을 수집하고 이용에 제공하는 자체는 강력한 일이다. 도서관은 정보 이용의 '균형추(equalizer)'로서 공평한 세상이 되도록 힘을 실어준다.
민주주의와 관련해 도서관의 역사적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책임감 있는 시민과 시민사회와 연결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중요한 결정들이 유권자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또는 그들의 대리인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감 있는 시민을 만드는 일은 절실해졌다. 복잡한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견 차이는 책이 제공할 수 있는 지성과 지식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런 견해들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건국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제2대 존 애덤스(1851~1927) 대통령은 "국민 사이에 일반적인 지식이 없다면 자유는 보존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식이 없는 정신은 잔혹한 분노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지식의 수단을 부드럽고 친절하게 소중히 여기자.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쓸 수 있는 용기를 갖자"고 역설했다.
미국 독립 선언서의 작성자로 탁월한 문장가였던 제3대 토마스 제퍼슨(1743~1826) 대통령도 민주 사회는 정보를 갖추고 교육받은 시민에게 달려 있다고 믿었고 대학 계획을 포함한 공교육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는 "책은 자본을 구성한다. 도서관 책은 집만큼이나 오래됐고 수백 년 동안 지속된다. 그러므로 그것은 단순한 소비품이 아니라 자본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카운티에 잘 선정된 책으로 작은 대출도서관을 설립해 제때 안전하게 반납할 수 있는 규정에 따라 국민에게 빌려주는 일은 적은 비용으로 이보다 더 광범위한 선행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광범위한 주제의 책을 수집하고 읽은 그는 은퇴한 후에도 자택과 휴양지에 도서관을 마련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그의 초기 도서관 소장본은 후에 의회도서관 장서의 기초가 됐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알려진 제4대 제임스 매디슨(1751~1836) 대통령은 "지식의 발전과 확산이 진정한 자유의 유일한 수호자"라고 일갈했다. 그는 "대중적인 정보나 그것을 획득할 수단이 없는 국민의 정부(Popular Government)는 희극이나 비극의 서막에 불과하며,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지식은 영원히 무지를 지배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통치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지식이 주는 힘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이었던 제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1882~1945) 대통령은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열린 미국도서관협회 연차 회의에서 도서관이 부족했던 지역에 공공도서관의 혜택을 확대하려는 노력과 성과를 축하하며, 도서관에 관해 '정신 자유의 상징'(The great symbols of the freedom of the mind)이라는 핵심 가치를 언급했다. 그는 "도서관은 우리 세상을 분열시키는 갈등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관여한다"며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도서관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능에 필수적이다. 둘째, 현대의 갈등은 학문의 진실성, 정신의 자유, 심지어 문화의 존속에까지 닿아있으며, 도서관은 학문의 거대한 도구이자 문화의 거대한 보고로 자유의 위대한 상징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책을 사상 전쟁의 강력한 무기로 보았고, 지식으로 무장된 미국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동시대의 미국 도서관 역사가인 디치온은 그의 저서 『민주주의 문화의 무기고』(Arsenals of Democratic Culture)에서 공공도서관은 '미국 자유의 무기고'라고 언급했다.
독서의 자유 보호 통해 책임감 있는 시민 양성
제44대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1961~) 대통령은 2023년 '독서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미국 사서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 '모든 민주주의에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은 시민들이 정보를 얻고, 참여하고, 자신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썼다. 이어 '여러분은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지역 사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필수적인 시민 및 교육 리소스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활동적인 시민이 되어 이 나라를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도서관은 민주주의 성공을 좌우하는 정보와 지식을 갖춘 시민에게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것이 가상 세계로 이동한 시점에서 '가상의 무기고'가 여전히 가능할 것인가? 민주주의 문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도서관이 본래 의도했던 '무기고'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민주주의 문화의 회복을 위한 도서관의 역할에 기대감이 커진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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