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재미 되찾아줄 고전 읽기의 동반자

□ 고전책방 : 나도 이제 고전 좀 읽어 볼까?

임지은 지음/심플라이프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부담 없는 고전 입문 안내서. 고전의 복잡한 줄거리와 부담스러운 분량을 15분 내외로 압축해 소개하고, 고전 덕후인 저자만의 통찰을 더했다. 책에는 전체주의 감시체제의 공포를 그린『1984』, 사랑의 어두운 심연을 탐구한『폭풍의 언덕』, 예기치 않은 시련 앞에 선 인간을 그린『모비 딕』, 진짜 위대한 삶이 무엇인지 묻는『스토너』, 인간의 존엄과 삶의 의미를 다룬『죽음의 수용소에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춘을 그린『인간 실격』을 비롯해『백년의 고독』,『오만관 편견』,『그리스인 조르바』,『달과 6펜스』『싯다르타』 등 총 22개 작품이 담겨 있다.

결정적 사건으로 읽는 6,000년 세계사

□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김도형(별별역사) 지음/빅피시

오늘날 세계를 뒤흔드는 뉴스의 중심에는 늘 '역사'가 있다.《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는 문명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6,000년 인류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거침없이 내달린다. '역사 스토리텔러' 김도형이 인류 문명의 커다란 흐름을 바꾼 다섯 개의 힘, '지리·전쟁·종교·자원·욕망'으로 세계사를 새롭게 해석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뿌리를 흥미진진하게 밝혀낸다. 1장에서는 '지리'가 운명을 결정한 나라들을 살핀다. 2장에서는 인류사의 전환점이 된 전쟁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인류 최악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 아직도 끝나지 않은 중동 전쟁까지. 3장은 '종교'가 만든 문명과 갈등의 역사를 다룬다. 4장에서는 '자원'이 부와 파멸을 동시에 가져온 역설을 다룬다. 마지막 5장은 '욕망'이 만든 제국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다극세계는 트럼프 2.0에 놀라지 않았다

□ 다극세계가 온다

페페 에스코바 지음·유강은 옮김/돌베개

2025년 세계정세의 한복판에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벌인 '관세 세계대전'이 있었다. 동맹국들은 대부분 고개를 숙였지만, 적지 않은 나라들이 순응하지는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국의 '일극 패권'이 해체된 세상을 일반적으로 '다극세계'라 부른다. 이 책은 다극세계 진영의 대표적 지정학 분석가, 브라질 출신의 저널리스트 페페 에스코바가 2021~2024년에 쓴 글들을 선별하여 정리한 것이다. 페페는 이 책을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을 아우르는 미국의 21세기 국책, '테러와의 전쟁'이 끝내 실패로 끝난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로 시작해 미국-나토-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군사적으로 패배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의 전선 방문 취재기로 마무리한다.

나이테 안에 깃든 파란만장한 연대기

□ 할매

황석영 지음/창비

황석영이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전세계를 열광시킨『철도원 삼대』이후 5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소설은 한마리 새의 죽음에서 싹터 600년의 세월을 겪어온 팽나무 '할매'를 중심축으로 이 땅의 아픈 역사와 민중의 삶을 장대하게 엮어낸다.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이 별개일 수 없으며 모든 존재가 거대한 인연의 그물망 속에서 순환한다는 웅숭깊은 깨달음을 전하며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하고도 아름답게 존재의 근원에 대해 질문한다. 또한 황석영 특유의 힘 있는 필치와 압도적인 서사는 읽는 이를 단숨에 시공을 가로질러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격동의 역사 현장으로 데려다놓는다. 한반도의 비극적 역사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풀벌레의 날갯짓부터 갯벌의 숨소리까지 소설이 포착할 수 있는 세계가 이토록 넓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루 1분, 마음 세탁

□ 탁! 깨달음의 대화

법륜 스님 지음/정토출판

어떤 질문이든 가장 짧고 정확한 답을 들려주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탁! 깨달음의 대화』는 복잡한 마음을 단번에 '탁!'하고 멈추게 하는 단문 중심의 대화집이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지혜, 지금 흔들리는 마음에 바로 적용되는 현실적인 조언, 그리고 읽자마자 행동으로 이어지는 힘을 담았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중에서 일상의 깨달음과 관련된 내용을 가려 뽑아 엮은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뭔가 불쑥 마음속에 밝은 빛이 확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책 속의 촌철살인의 대화들을 접하면서 그야말로 마음속의 거추장스럽던 고민이 휙 사라지는 기쁨이 일어난다.

물건의 쓸모와 인간관계의 온기를 담은 책

□ 모쪼록, 간결하게

김혜경 지음/마북

손수 만들고 스스로 해결하는 삶, 손노동이 되살려낸 물건의 쓸모와 인간관계의 온기를 담은 책. 이 책에는 집짓기, 살림을 위한 부가적인 일들, 목공, 도예, 그림, 재봉, 그리고 다양한 선물에 관한 이야기가 알차게 담겨 있다. 저자의 간결한 문체 덕분에 술술 읽히고, 중간중간 마주치는 일상의 유머에 미소 짓게 된다. 책 속의 그림은 모두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이다. 뒷간 짓는 과정, 옷 수선, 발매트 만들기, 수납장 제작 등 그림 한 장으로 핸드메이드의 전 과정이 쉽게 파악된다.

걷고, 보고, 느끼는 '가장 가까운' 예술서

□ 걷다가 예술

이선아 지음/작가정신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가지 않고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23인 예술가들의 조각, 건축, 회화, 미디어아트 등을 소개한 책이다. 현직 기자인 저자가 한국경제신문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 '걷다가 예술'이란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을 엮고 보완했다. 이 책은 연재 당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작품들에 한정됐으나 새롭게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경주, 강릉, 부산 등 ‘지방편’을 추가해 보다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즐길 수 있게 보완했다. 서울 시청역 근처나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간다면 세계적 거장의 조각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흥국생명 빌딩 앞 높이 22미터에 달하는 '망치질하는 거인'은 미국 출신의 유명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작품이다. 길을 걷다가 조형물이 보인다면 한번쯤 걸음을 멈춰보면 어떨까.

지나온 삶을 향한 깊고 묵직한 성찰의 기록

□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이상국 지음/창비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으며 시의 지평을 넓혀온 이상국 시인의 열번째 시집. 시인은 오래된 기억 속으로 걸어들어가 지나온 삶의 흔적을 차분히 응시하며 인생을 성찰한다. 그의 인생론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섬세한 기억"(해설)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 기억은 과거의 회상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너에게」에서 "네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쓰고도/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고 고백하며, "산다는 건 누구나 제게서 멀리 가는 일"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러 이별의 아픔과 상실의 고통까지도 기꺼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삶의 흐름을 겸허히 수용하는 그의 인생론에 귀 기울이다보면 "희고 푸른 삶의 그늘, 저녁의 빈집 혹은/흐르는 거리의 허기와 어두운 강을 건너"(「바람에 대한 충고」)온 바람처럼 수행하듯 살아온 시인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물의 성질부터 생명의 탄생까지

□ 물 한 방울로 끝내는 화학 공부

김정민 외 7명 지음/휴머니스트

우리는 물 없이 살 수 없다.《물 한 방울로 끝내는 화학 공부》는 무기화학, 유기화학, 생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화학자들이 물과 관련된 화학 지식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화학자들은 물의 수소·산소 동위원소비로 실종자의 신원 확인을 돕고, 물이 영하에서도 얼지 않고 흐르는 온도 영역을 탐색하며, 실험실에서는 각종 사고 때문에 분리하려 애쓰지만 또 한편으로 마냥 멀리할 수 없어 고민을 거듭한다. 특히 물은 알츠하이머병 등의 질환을 촉진하는 요소를 연구하는 데 꼭 필요하고, 연료전지처럼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물은 지구를 지구답게 하는 핵심 구성 요소이자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음식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요리사이기도 하기에 화학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최소한의 글과 최소한의 선으로

□ 거대한 책

델핀 페레 글 그림·이세진 옮김/이온서가

이 책은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손바닥 만한 책. 책의 첫 장은 보리스 비앙(Boris Vian)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영국 여왕과 함께 정기적으로 차를 마시는 사이지만, 여느 오리들 틈에 숨어 평범하게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앙리 이야기부터 슈퍼 히어로로 활약할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지만 '기뻐하는'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탁월한 참기쁨대장 이야기까지. 한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우리는 신나게 열일곱 편의 이야기들을 누빈다. 기분 좋게 이야기들 속을 활보하다가 우리는 문득 이런 철학적인 질문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언젠가는 죽지만 너와 놀아주는 고양이를 선택할래? VS 아니면 놀 수는 없지만 절대 죽지 않는 돌을 선택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