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지역사회 플랫폼 변화의 현장에서

<도서관은 살아 있다>
김상진 지음
200쪽·1만3000원·학이사

도서관닷컴 승인 2021.11.11 17:47 | 최종 수정 2024.01.02 18:46 의견 0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대한민국 공공도서관은 10년 전부터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사회 평생교육기관이자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1100개를 넘어섰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고 양적은 물론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지식정보의 보고(寶庫)에서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다.

책은 대구시 수성구립 용학도서관장인 저자가 현장에서 배우고 느끼고 시도한 바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대표적인 캠페인은 독서운동이다. 책 읽는 사회, 독서운동이 효과적으로 확산되도록 도서관주간, 세계 책의 날, 독서의 달 등이 연중 진행된다.

“도서관은 공동체의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이다. 대체로 사회적 자본이 잘 구축된 공동체는 범죄율이 낮고, 건강상태가 양호하며, 교육 성취도가 높다. 또한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으며, 행정 효율성과 경제적 성취도가 높다. 오늘날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이 절실한 이유다.”

공동체란 공통의 생활공간에서 공동의 가치와 규범, 유사한 정체성을 갖고 상호 유대관계를 공유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런 공동체가 무너져 가면서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각종 선거에서 공동체 복원을 부르짖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진영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증, 사회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만연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식정보사회와 4차 산업혁명시대와 함께 지방분권시대가 도래하면 공공도서관이 지역공동체의 더욱 증대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용학도서관에서는 ‘용학이네 사람책방’도 운영한다. 즉 ‘사람도서관’이다. 사람이 책과 마찬가지로 콘텐츠를 담고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신개념 도서관이다. 사람책 개념은 종이책과 전자책과 마찬가지다. 도서관 안에서 읽을 수도 있고, 도서관 밖으로 빌려가서 읽을 수도 있다.

사람도서관은 20년 전 덴마크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한 뮤직페스티벌에서 이벤트로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용자가 사람을 빌려주는 프로그램, ‘살아있는 도서관’이 그것이다. 당시 청소년폭력방지 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던 에버겔은 사람책을 통해 소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사람들 사이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허물기 위해 시도했다고 한다. 그는 2014년 한국을 방문했는데 “사람간의 벽을 무너뜨림으로써 인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갈등을 해소, 사회통합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용학이네 사람책방은 에버겔의 의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대 담론 보다는 자신의 이웃과 소통하고 경험이나 삶의 지혜를 나누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난해 코로나19로 도서관이 문을 닫기 직전까지 주말마다 도시락을 들고 용학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던 대구남산고 1학년 유수혁군은 소설집을 냈다. 대학입시에도 바쁜 고등학생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펴낸 소설은 간결한 문장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에 깜짝 놀랄 반전까지 흥행요소를 모두 갖췄다. 저자는 이 학생을 보면서 도서관 사서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도서관과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러므로 도서관은 살아 있어야 한다.

김규회 전문기자

저작권자 ⓒ 도서관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