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總의 華夢小錄] 마오타이를 '잘' 마시면 중국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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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5 12:24 | 최종 수정 2022.04.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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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절(春節, 음력설)이 지나갔다. 매년 찾아오는 중국 춘절은 필자에게 밤새 쏘아대는 폭죽소리에 잠을 못 이루고, 문닫은 상가들로 인해 끼니 해결이 쉽지않았던 아픈 기억만 남아있다. 중국사람들은 보통 음력설 전후 2, 3주의 연휴 동안 고향의 친지들과 어울려 거의 매일 먹고 마신다. 이때,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일하던 자녀들이 어렵게 구한 마오타이(茅台酒)를 친지들이나 동네 어르신에게 한잔씩 따라주면서 새해 덕담을 건네면, 부모는 잠시마나 성공한 자식을 둔 어버이의 표상이 될 수 있었다.
마오타이는 중국혁명 1세대 지도자들이 사랑했던 술이다. 기나긴 대장정으로 피폐했던 육신과 마음의 상흔을 치유해주었다. 특히, 주은래(周恩來) 총리의 마오타이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마오타이가 오늘날 세계명주의 반열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좋아했던 50년산 마오타이가 생각날 때면, 주은래 총리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마오타이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접대하는 사람과 접대받는 사람이 존경과 존중을 느끼게 해주는 비즈니스 성사의 중요한 매개체다. 그 은은한 잔향과 중국 요리와의 궁합은 어느 나라 술도 대체가 불가능하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마오타이는 고기요리보다는 생선요리에 더 궁합이 맞는다.
필자는 마오타이가 좋아 원산지 귀주성(貴州省)에 자주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마오타이 공장과 가까운 쭌이(遵義)의 변두리에서 고객과 상담을 마치고 초대받은 만찬장에 도착했다. 입구에 마오타이 1상자(6병)가 보였다. 고객사 동사장(董事長, 회장)은 마을 친구인 마오타이 공장의 주임에게 특별히 부탁해 진짜 마오타이를 구해왔으니까 마음껏 마시자고 했다. 필자는 모처럼의 기회이다 싶어 한 병은 남겨서 갖고 가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로컬룰은 마시고는 갈 수 있어도 가지고는 못 간다. 아쉽지만 마지막 한 병까지 다 마시고, 동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르려는데 직원들과 같이 마시라며 마오타이를 몇 병 더 보낸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자동차 트렁크에 한 상자가 더 실려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중국식 비즈니스 방식'이다.
반면, 아무리 훌륭한 마오타이라도 과유불급이다. 너무 과하게 마시면, 비즈니스 성사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내 모기업 임원이 귀주성장도 참석한 만찬에서 과도한 마오타이 음주로 이튿날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된 적이 있다. 이 충격은 지금도 아찔한 기억이다.
글·사진 장총경리
*'장총의 화몽소록'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대표했던 필자가 수많은 중국 고객사, 공무원 및 딜러들과의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한때 '중국 드림(화몽)'을 꿈꿨던 '작은 이야기(소록)'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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