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總의 華夢小錄] 上海房 얻으려면 上海房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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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8:32 | 최종 수정 2022.04.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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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해 웬만큼 안다고 하는 한국 사람들한테, 상하이(上海) 차량번호판의 '沪(호)'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상하이는 13세기까지만 해도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상하이 외곽의 송강(松江) 지역에서 고기를 잡던 어로 도구를 '沪(호)'라고 불렀다.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탐험가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가 당시 그 호화로움에 넋을 잃었던 항주(杭州)와 소주(蘇州)에 비하면 상하이는 그야말로 '깡촌'이었다. 그러던 상하이가 서구 제국 열강에 의한 개항을 시작으로 '개혁개방'시기를 거치면서 중국 제일의 도시로 우뚝솟았다. 상하이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은 장쩌민(江澤民, 1926~) 주석을 중심으로 한 당군정에 포진한 상하이방(上海幇)이라는 거대한 정치세력 형성이 큰 동력이 됐다. 상하이방의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막강하다.
상하이 원주민들은 베이징(北京)을 포함한 '외지(外地)' 사람들을 얕보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능력이나 실력보다는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이 주창한 선부론(先富論)처럼 운(運)이 좋게 먼저 부자가 됐다. 상하이 여자와 결혼하려는 외지 총각들 앞에는 '넘사벽'이 존재한다.
'콧대 높은' 상하이 여자들은 결혼의 기본 옵션으로 아파트(최소 한화 10억 원 상당), 자동차(독일브랜드) 그리고 은행잔고 100만위엔(한화 1억8000만 원)을 요구한다고 한다. 상하이에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자녀들의 공립학교 입학 허가, 상하이시 기업의 취업 우선 등의 혜택을 누리는 대가 치고는 너무 큰 비용이다.
오래전에 정착한 한국인들 중에 상하이 아파트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꽤 있다. 필자가 살았던 40평 아파트도 한달 월세가 한화 500만 원을 넘는다. 직장 동료였던 중국인 부총경리는 상하이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를 중국 각 지역의 당간부, 고위공무원, 국영기업 및 민간기업 CEO 등이 모두 본인과 자녀를 위해 상하이에 집 한 채 마련하려는 욕구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상하이에 국한된 풍습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며느리를 맞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꽤 상당하다. 집과 자동차 말고도 순금 장신구, 차이리(彩禮, 현금 예단, 한화 평균 5000만 원), 신랑 집에 도착한 신부에게 주는 시부모의 하사금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필자가 근무한 회사에서도 많은 외지 출신 미혼 남성 직원들이 상하이 호구(戶口, 호적)를 가진 여사원들에게 접근해보지만, 대부분의 상하이 여자들은 관심이 없다. 혼인조차도 상하이는 그들만의 리그다.
글·사진 장총경리
*'장총의 화몽소록'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대표했던 필자가 수많은 중국 고객사, 공무원 및 딜러들과의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한때 '중국 드림(화몽)'을 꿈꿨던 '작은 이야기(소록)'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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