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27편의 명작으로 탐색하는 낯선 세계사"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도서관닷컴 승인 2022.11.21 21:55 의견 0

박신영 작가의 전작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후속작. 유럽사 심화편인 셈이다. 내용은 한층 더 깊어지고 풍부해졌다.익숙한 27편의 명작에 질문을 던지고 흔히 볼 수 없었던 역사의 뒷이야기를 탐색하는 낯선 세계사다.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왜 장화를 원했을까? 「장화 신은 고양이」는 서유럽 중세 봉건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신발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가 왕자에게 데려다준 것처럼, 도로시의 마법 구두가 집으로 돌아가게 해준 것처럼. 장화는 고양이를 총사로 만들어주었고, 고양이는 총사로서 충성을 다해 자신의 주군을 진정한 귀족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고양이는 주인에게 충성한 결과로 출세한 샤를 페로 자신이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문명, 로마제국 등 유럽인이 탄생한 먼 옛날부터 봉건제와 기독교로 대표되는 중세를 거쳐 대항해시대에 유럽이 팽창해 산업화와 제국주의의 근대를 지나 제1·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와 고전 『신통기』 『변신 이야기』 로 시작,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과 같은 동화를 거쳐 『빨간 머리 앤』 『제인 에어』 『톰 아저씨의 오두막』 『반지의 제왕』 같은 명작까지. 신화와 전설, 동화와 명작을 아우르는 27편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27편의 명작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유럽사의 맥락과 흐름이 한눈에 잡힌다.

명작을 뒤집으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난다. 이 책은 주인공이 바뀌면 다른 역사가 되는 이야기다. 저자는 가난한 집의 길 떠나는 아이, 마녀와 폭도로 몰린 사람들, 백인 여성 제인에 가려진 크레올 여성 버사, 양말을 받고 감동하는 도비 등 등장인물 누구도 차별하거나 역사의 조연 혹은 무대장치로 다루지 않는다.

"유럽 상징의 역사에서 동물의 왕이 곰에서 사자로 교체된 과정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 문화적 현상이었다. 이는 유럽 전체에 퍼진 크리스트교의 승리를 반영한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도 고대 숲의 지배자인 곰을 잊지 못하나 보다. 어두운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사자가 아닌 곰 인형을 안고 잠자리에 드니 말이다. 흠, 어린이를 강한 전사로 만들어주는 신적 존재는 여전히 곰인 것인가.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테디 베어'다."-p.61

"어떤 마녀들은 벌받지 않는다. 복지 제공의 의무를 저버린 부자들에게 가난한 사람이 불만을 표시하고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마녀의 저주는 정당방위였다. 그리고 그들은 원래 마녀도 아니었다. 가난한 이웃을 따돌린 사람들의 죄책감이 가난한 여인들을 마녀로 만들었을 뿐."-p.294

저자 박신영은 문학과 역사, 인간에 관심 많은 이야기꾼이다. 대하역사소설을 쓰고 싶어 숙명여대 국문학과에 입학해 사학을 부전공했다. 첫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10년 넘게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현재 중국과 대만에 번역돼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외 『삐딱해도 괜찮아』, 『이 언니를 보라』,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등을 썼다.

김규회 도서관전문기자

저작권자 ⓒ 도서관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