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 만든 지도와 그 시절 희귀 사진 1,300여 장 총망라
□ 경성 풍경
김상엽 지음/혜화1117
전통과 근대 문명이 용광로처럼 한데 섞여 끓어오르던 시절, 백 년 전 경성, 근대 서울의 원형은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우리에게 전해진 것은 흐릿한 흑백 이미지, 게다가 파편화된 개별적이고 특정한 장소의 나열에 불과했다. 10여 년 전 우연히 1930년대 제작된 지도를 접한 미술사학자 김상엽은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 그 시절 문명의 거리를 백 년 전 지도와 사진을 통해 우리 앞에 드러내보였다. 이를 위해 그는 1936년 제작된〈대경성부대관〉속 경성 전역을 78개 권역으로 나누고, 여기에 1933년 제작된〈경성정밀지도〉를 나란히 놓고 그 시절 그 거리에 존재했던 주요 건물 620여 곳의 위치를 일일이 지도에 표시했다. 그런 뒤 지도에서 확인한 주요 건물 및 장소들에 대한 온갖 시각 자료를 찾아 이미지를 대입하고, 각 장소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 설명했다. 이런 시도를 통해 그동안 파편화되고 개별적인 '하나의 장소'로만 여겨지던 백 년 전 경성의 거리 곳곳이 종횡의 연결성을 획득했고, 이제 경성이라는 거대 도시 전체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원천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나아가 오늘날 서울의 원형을 실감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동쪽으로는 동대문 밖 창신동과 숭인동에서 서쪽으로는 마포, 남쪽으로는 용산, 북쪽으로는 홍제동과 인왕산에 이르는 당시 경성과 경성 주변의 거리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각 데이터가 비로소 등장하게 됐다.
그녀들의 도시에서 다시 써내려간 나의 이야기
□ 나와 그녀들의 도시
곽아람 지음/아트북스
『나와 그녀들의 도시』는 책과 현실 세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독서 여행자 곽아람이 안식년으로 주어진 1년간 심상으로만 존재하던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떠난 여행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에세이다. 뉴욕을 근거지로 하면서『빨강 머리 앤』의 배경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시작으로『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속 도시들을 찾아가는 미국 남부 여행,『작은 아씨들』이 쓰인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톰 소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미시시피강을 탐험했다. 또 '디즈니 그림 명작'의 추억을 떠올리며 올랜도 디즈니월드를 누비고, 애거사 크리스티의『카리브해의 미스터리』를 환기하며 서인도제도의 세인트마틴을 찾기까지.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문학작품의 배경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그 땅을 직접 밟아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림 속 마음, 마음 속 그림
□ 미술관에 간 심리학
문주 지음/믹스커피
인류 역사에서 미술과 심리학은 늘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어떤 그림은 오래전 잊힌 기억을 불러내고, 또 다른 그림은 알 수 없는 불안이나 위안을 전해준다. 바로 그 순간, 미술관은 심리학의 실험실로 변모하는 것이다.『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심리학의 눈으로 그림을 다시 바라보고, 그림의 언어로 마음을 다시 읽어내는 시도를 통해, 예술이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어떻게 우리의 정서와 사고를 이해하는 창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미쳐야 그릴 수 있다?: 예술과 광기의 위험한 동행'에선 빈센트 반 고흐, 에드가 드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쿠사마 야요이 등 불안과 고통 속에서 창작의 불꽃을 태운 화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장 '내가 보는 나: 자화상에 숨은 이야기'에선 알브레히트 뒤러,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 레인, 구스타브 쿠르베, 프리다 칼로 등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탐구한 거장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3장 '당신 안의 여성과 남성: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구스타브 융의 심층심리학을 토대로 구스타브 클림트, 게르치노, 잭슨 폴록, 르네 마그리트 등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무의식의 성별적 얼굴을 보여준다. 4장 '색이 말하는 것들: 색채 심리학'은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분홍 등 색에 담긴 문화적 상징과 심리적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5장 '무의식적 상징: 자아의 표현'은 호안 미로, 이브 탕기,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등 초현실주의자들의 세계를 따라가며, 무의식이 예술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준다.
사계절 내내 든든한 상차림 노하우
□ 이모카세의 즐거운 밥상
김미령 지음/김영사
넷플릭스〈흑백요리사〉에서 최종 6인에 오르며 주목받은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셰프. 경동시장에서 하루 700그릇의 국수를 삶아내고, 저녁에는 '즐거운 술상'에서 20여 가지 요리를 뚝딱 차려내며 쌓아온 30년 손맛 비법을 첫 요리책《이모카세의 즐거운 밥상》에 담았다. 재료 본연의 맛을 깊이 살리면서도 풍성함을 더하는 만능 양념과 육수, 제철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는 기술, 한 가지 재료로 여러 요리를 완성하는 일석이조 레시피, 김치 초보를 위한 생활 밀착형 팁까지. 소박하면서 따뜻하고, 간단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모카세표 삶의 레시피를 아낌없이 전한다. 이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손맛 비결' 장에서는 비빔밥, 쌈, 겉절이, 국물 요리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양념과 육수 레시피를 소개한다. 두 번째 '푸짐한 밥상 비결'에서는 매일 밥상에 그대로 올릴 수 있는 '이모카세표 반찬 세트' 3종을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재료 비결'에서는 제철 채소와 해산물을 활용한 계절 요리와 술이 술술 넘어가는 제철 술상 조합을 선보인다.
수십만 개의 펜선으로 품어낸 '제주 4·3'의 이야기
□ 북받친밭 이야기
김영화/이야기꽃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병풍 형태의 그림책이다. '북받친밭'은 제주 사려니숲길 인근. '제주 4·3 사건' 시기인 1948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제주읍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 대토벌의 광풍을 피해 숨어 지냈던 곳이다. 작가는 이 숲의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27폭 4.2미터의 벽화책에 실었다. 병풍의 앞면은 오늘날 숲의 겨울부터 초여름까지의 시간을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이어 한 공간에 담았고, 뒷면은 4·3 당시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그곳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사람들과, 항쟁 끝에 스러져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펼쳐놓았다.
정말 문제는 당신의 계획입니다!
□ 계획이 문제였습니다
정지하(룩말) 지음/한스미디어
요즘 세상에 한 가지 역할만 맡는 사람은 없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각자 여러 개의 역할을 부여받는 우리는 한정된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한다. 복잡한 일정을 어떻게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까. 우리가 늘 어려워하는 주제다. 계획력을 다져서 일상이 바뀌기 시작했다면 그것을 일터에서도, 미래 설계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일을 미루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업무의 마감 기한에만 신경쓰기보다는 일의 시작 초반에 '몰입 기한'을 정해야 한다거나, 특정 행사나 회의에 대해서도 그 일을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실제 이벤트를 진행하고 그 뒤의 마무리까지 세트로 묶는 계획력은 우리의 업무 능력을 한층 더 향상시켜줄 수 있다. 짧게는 몇 달 후부터 길게는 몇 년 후까지 앞으로의 인생을 위한 자기계발을 할 때도 계획력은 중요하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하루에 얼마 안 되는 자신만의 시간을 어떻게 발견해서 확보하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파악하는 계획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록은 기억을 선물합니다
□ 나는 걷고 생각하고 씁니다
정선원 지음/이은북
워킹 에세이. 사람들은 출근을 위해, 운동 삼아, 혹은 그저 잠시 생각을 정리하거나 바람을 쐬기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걷는다. 이 책은 단순한 걷기 기록이 아닌, 소소하게 시작된 걸음에서 발견한 풍경, 생각, 추억을 담았다. 저자는 서울을 방사형으로 탐험한다. 마포에서 출발해 홍제천, 삼청동, 서촌한옥마을, 정릉동, 이태원, 성수동, 봉천동, 가리봉동, 고덕동 등 서울 구석구석을 거쳐 남한산성, 잠실, 경기도 구리, 부천, 광교까지. 때로는 버스로 한 시간이면 갈 거리를 너댓 시간을 걸어가 본다. 어떤 날은 우연히 길을 나섰고, 어떤 날은 마음을 다잡고 걸었다. 저자는 1년간 3,500km에 달하는 도심을 걸으며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발견했고 그 과정을 이 책에 담아냈다.
AI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한 최초의 역사서
□ AI의 역사 : 여섯 가지 키워드로 읽는 AI의 모든 것
토비 월시 지음·김성훈 옮김/세종연구원
챗GPT 없이는 과제를 못 하고, 스마트홈 시스템 없이는 집안일이 버거운 시대가 됐다. 이제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심리상담을 해주고,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며, 원하는 애니메이션풍으로 사진을 만들어주고, 주제를 던지면 반나절도 안 되어 책과 음악을 창작한다. 스마트폰이 20여 년에 걸쳐 바꿔놓은 우리의 일상을, AI는 수십 배 더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 AI에게 일을 빼앗길 것인가, 아니면 일을 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된 이 시대에, 과연 우리는 AI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알아야 할까? 세계를 주도하는 인공지능 연구자이자 AI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저자가 이 질문에 답해줄 책을 출간했다.《AI의 역사》는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기호의 시대'는 기호, 예측, 규칙이라는 세 가지 아이디어를 따라, AI가 단순 계산기를 넘어 스스로 사고하는 존재로 성장한 흥미진진한 초기 여정을 보여준다. 2부 '학습의 시대'는 학습, 보상, 확률이라는 세 가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AI가 어떻게 빠르게 발전해왔는지를 탐구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AI로 변화할 미래'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반짝이는 한 줄이 찾아오는 순간
□ 한 줄의 반짝임 : 광고 카피가 알려 주는 일상 속 글쓰기의 비밀
정이숙 지음/바틀비
남녀노소 전화를 걸기보다 문자 메시지를 쓰는 편이 더 익숙한 '쓰기의 시대'다. 그러나 글쓰기란 친숙함에 비해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내가 쓴 글은 어쩐지 남의 글보다 초라해 보이고, 한 글자 적지 못한 빈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한참 고민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일상 속 글쓰기의 힌트를 TV나 영상 광고, 지하철 광고판, SNS 게시물에서 찾는다. 소비자의 지갑뿐 아니라 마음마저 열어젖히는 광고 카피의 번뜩이는 감각과 세심한 기술을 빌려 나의 글을 업그레이드해 준다. 30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살아온 저자는 광고 카피를 '공짜 글쓰기 교과서'라 부른다. 사람을 유혹하는 기술부터 고정관념을 비트는 재치, 단어 몇 개로 웃기거나 겨우 한두 줄로 눈물을 핑 돌게 하는 표현과 문장이 카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매일 써야 하는 글, 이왕이면 인상적인 한 줄로 남기고 싶다면 이 책에서 다룬 광고 카피 속의 비밀을 쏙쏙 캐내 보자.
단 사흘 만에 끝나버린 세기의 정치 재판
□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나날 : 재판으로 드러나는 '검은 전설'과 '하얀 전설'
에마뉘엘 드 바레스키엘 지음·주명철 옮김/여문책
프랑스 혁명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재판과 처형에는 1793년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단 사흘이면 충분했다. 그는 정식으로 재판을 받기도 전에 이미 사형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 책은 주권이 급작스럽게 왕에서 국민으로 넘어가는 대혼돈의 시기에 '왕비'라는 태생적 신분 때문에 더 오래 구세계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주연으로, 공소인 푸키에 탱빌과 재판장 에르만 등이 조연으로, 그 외 화가 샤틀레, 구두장이 시몽, 신문 발행인 에베르 등의 주요 배심원·증인들과 죽을 때까지 마리 앙투아네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스웨덴 귀족 페르센부터 왕비의 가족과 시녀들, 단두대의 처형 담당자 앙리 상송까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한 편의 비극적 시대극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재판은 과연 얼마나 합법적이고 정당했을까? 오늘날의 관점에서 이렇게 묻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여느 시절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공포정 시기에는 더욱, 정치가 법을 대체했다. (...) 에마뉘엘 드 바레스키엘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입구로 삼아 우리를 혁명법원으로 이끌어 그 당시 법원의 작동방식을 보여준다. 시대적 한계 때문에 빛이 부족해서 더욱 암울한 감방과 법정의 분위기, 거기에 끌려다니는 왕비의 심리, 배심원과 증인의 사회학, 공포정치의 메커니즘이 작가의 통찰력과 세심하면서도 여유 있는 묘사로 되살아났다. (3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