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사건이 형사사건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것도 범죄에 해당하는 형사사건인가? 하는 것들이 있다.
또한 형사사건을 변호하다 보면, 혐의를 벗고 무혐의나 무죄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사건이지만, 막상 무혐의나 무죄를 변호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사건도 있다.
위와 같은 두 경우가 모두 해당되는 것이 바로 '비 오는 날, 다른 사람 우산을 착각해 잘못 가져온 사건'이다.
혐의를 받는 사람은 식당(술집)의 우산 통에 여러 우산이 꽂혀 있었고, 당시 술에 취해서(혹은 별로 신경쓰지 못해서) 다른 사람의 우산을 착각해 가져온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반면, 우산의 실제 주인은 그런 사정은 알 리가 없고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졌으니 크게 화가 났다.
결국 CCTV를 확인해 보고, 본인 것이 아닌 다른 우산을 가져간 사람을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경찰은 절도죄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일단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간 사실은 절도죄인데, 객관적으로 착각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스스로 밝히지 못하는 한 절도죄의 고의가 인정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잘못 가져간 우산을 나중에라도 알아채고 주인에게 연락해 반환한 경우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 가져간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 오는 날, 굳이 다른 사람의 우산을 가져갈 이유가 있기 어렵고, 놓고 온 우산과 잘못 가져온 우산의 가격 차가 별로 나지 않으며, 외관상 다른 우산이지만 착각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을 밝힌다면, 수사기관에서도 무리하게 절도죄로 구성하지 않고, 무혐의로 마무리를 해준다. 동종 전과도 없는 평범한 일반인을 고작 1만원 수준의 피해품에 대해 절도죄로 규정짓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착각의 여지를 수사기관이 납득할 수준으로 밝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당시 두 개 우산의 외형에 관해 충분히 파악해야 하고, 누구든 신경쓰지 않는다면 착각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객관적으로 소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무슨 우산을 들고 다니는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사람은 드물다. 공교롭게 이런 같은 사건을 많이 변호해본 결과 우산 제품별로 손잡이, 우산대, 우산천의 색상과 재질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동일한 제품이라면 모를까, 위와 같이 다른 우산을 가져왔다면, 추가로 착각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충분히 밝혀야 한다. 이 역시 변호사의 도움이 없다면 혐의를 벗기가 쉽지 않다.
우산 하나 잘못 가져온 죄로 구속되거나 징역을 살 리는 없고, 대부분 약간의 벌금이나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절도혐의가 인정된다는 점에서 범죄 전과이나 전력이 되기에 당사자는 많이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변호사 수임료가 부담스러워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역시 간단치 않다. 변호사는 시간을 '잘게' 쪼개 파는 사람인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사건에서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만으로 수임료를 감액해주기란 여건 상 어렵다.
필자는 위와 같은 우산 절도 사건을 여러 건 변호했다. 필자의 유튜브에 관련 내용의 변호 성공 사례를 소개해놓았다. 실제 의뢰인은 절도전과 자체로 소속기관의 징계가 불가피한 공무원, 임용결격이 걱정되는 공무원 준비생, 장래에 혹여라도 진로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되는 미성년 학생이 당사자가 된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시골의사 박경철 씨의 글 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어느 늦은 밤 농약을 마신 아들과 그 노모가 찾아왔는데, 아들을 살리기 힘들다고 하자, 모자는 다시 돌아가려 했고, 그래도 치료는 해봐야 하지 않느냐며 만류하자 노모는 치료비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위 세척을 무료로 해주고 택시비를 쥐어줬으나 택시가 아닌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변호사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면, 변호사의 조력만 받으면 거의 혐의를 벗을 만한 사건인데 선임료를 감당하지 못해 상담만 하고 발길을 돌리는 상담자들이 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상담과 조언, 당부를 하며 상담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종종 박경철 씨가 쓴 글 속 사연과 같은 안타까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박원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