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도서관에 왜 가느냐고? 재미있잖아!

<도서관 여행>
권희린 지음
294쪽·1만3000원·네시간

도서관닷컴 승인 2021.10.20 17:14 | 최종 수정 2024.01.02 18:47 의견 0

도서관하면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를까. 예전과 비교해 보면 엄청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도 도서관 하면 학생들이 찾아가는 곳, 공부하는 곳, 조용한 곳 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 국어국문학을 복수 전공하고 사서교사로 학교도서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국어교사로 교재 연구에 열을 올리는 자칭 ‘멀티 플레이어’라는 저자는 “그냥 좋아서!” 도서관에 간다고 말한다. 그만큼 도서관이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넘쳐난다는 이야기다. 도서관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까?

먼저, 도서관은 혼자 그리고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휴게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친구와 수다를 떨 수 있다. 눈을 돌리면 잡지 서가에서 아무 잡지를 가져다 볼 수 있고 오디오 이용도 가능하다. 영상이 대세가 되었지만 잡지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다양한 지식을 다양한 방식 즉 세상에 많은 것을 알려주는 잡학다식의 명서로의 위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물론 푹신한 소파에서 꿀맛 같은 낮잠도 즐길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딴짓이 가능하다. 물론 남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슬슬 배가 고파지면 구내식당으로 가면 된다. 가격도 착하고 메뉴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도서관에 가면 순식간에 한 나절이 지나간다. 볼 것이 많아서다. 서가에 꽂혀있는 새로 들어온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목만 슬쩍 보면서 책 내용을 상상하기도 한다. 더불어 사람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모습으로 읽고 있는지, 서가 사이로 슬쩍 보이는 작은 공간에서의 관찰은 설렘과 짜릿함이 있다. 눈이 마주치면 괜히 뜨끔하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다른 사람을 좇는다.

책은 누가 뭐래도 ‘상상력의 보고’다. 수많은 책이 모여 있는 도서관은 곧 상상력이 우주처럼 넓은 곳이다. 도서관에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서가들이 어떻게 나눠져 있는지, 각 서가에는 어떤 내용의 책들이 있는지를 미리 아는 것이 좋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전에 대충 알아두면 여행 재미가 두 배가 되듯 서가 여행도 마찬가지다. 점찍은 책을 발견하는 기분은 짜릿하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피로를 날리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동네마다 들어선 최신식 도서관은 여름엔 에어컨이 빵빵하고 겨울엔 히터를 가동해 훈훈하다. 말 그대로 사람이 머물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앉고 싶은 자리에서 내 멋대로 책을 보는 것,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최고의 휴가지다.

도서관이 그저 책 읽는 장소에서 모든 사람이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새내기 학부모 독서 아카데미 운영, 미술 영재 집중교육, 영화 상영, 역사 특강, 시낭송, 원화 전시, 동화 구연, 독서 동아리 모임 등등 셀 수도 없는 프로그램의 다양함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웬만한 문화센터는 저리가라 하는 수준이다.

눈으로 책을 읽었다면 귀로 책을 읽는 시대다. 누군가의 따뜻하고 여유 있는 목소리를 통해 들려오는 책 내용은 봄날 햇살처럼 따사롭고 감미롭다. 새로운 내용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들을 때면 음의 높낮이 조절 때문에 감동과 흥분이 전달되어서 다음 대목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글로 보면서 느꼈던 묘사를 목소리로 재생하는 것은 색다름을 넘어 생생함으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어폰을 끼고 내가 좋아 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장을 넘기는 것도 좋다.

진지한 옷을 벗고 있는 도서관. 책을 보러 가던, 수다를 떨려고 가던, 놀러 가던 혹은 영화을 보고 음악을 들으러 가던 도서관은 언제나 당신을 기다린다. 그냥 아무 때나 불쑥 찾아가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재미를 준다. 찾아 가는 사람만이 이 특전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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