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관 사료 발굴과 해제 작업의 의미

도서관닷컴 승인 2021.11.08 17:25 | 최종 수정 2021.12.05 22:5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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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강의』는 독일 철학자 헤겔이 베를린대학에서 1822년부터 1831년까지 10년 동안 진행한 강의를 토대로 그가 죽은 뒤에 출판된 책이다. 이 책의 서론에서 그는 역사 연구의 종류를 ‘사실적 역사’, ‘반성적 역사’, ‘철학적 역사’로 구분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단계 혹은 수준을 차례대로 열거한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역사 연구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는데서 시작할 일이다.


‘사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데 인간은 시간을 초월할 수 없는 존재다. 역사 연구에서 ‘기록’이 중요한 이유다.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기록에 의존한 역사 공부는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거니와 더 나쁜 일은 역사를 틀리게 해석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기록과 그 기록의 출처를 살피고 판별하는 교감학(校勘學) 또는 원문서지학(原文書誌學)이 모든 주제의 역사연구에서 기본이자 중요한 이유다.


지난 10월에 국립중앙도서관 76주년과 장서 1,300만 권 달성을 계기로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부일지: 1948년(단기4281년)』가 출판되었다. 한국도서관사연구회가 기획한 ‘한국도서관사료총서’ 제1권으로 나온 이 책은 194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당시 국립도서관(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부(司書部)에 소속된 동서과(東書課), 서서과(西書課), 고전과(古典課), 편찬과(編纂課), 수서과(收書課)에서 수행한 업무 내용을 매일 각 과장이 국한문 혼용체 친필로 기록하여 다음날 아침 개관 전까지 관장에게 제출한 업무일지를 현대인이 보기 좋게 정서한 자료집과 해설문이 실려 있다. 사서부일지 원본은 인쇄된 양식에 따라 하루에 한 페이지씩 기록하고 두꺼운 표지로 제본한 28 x 21 cm 크기의 책자로 모두 370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지의 주요 내용은 각 과에서 수행한 업무를 개조식으로 간단하게 기록한 것이지만, 그밖에도 날씨, 결근 등 근무사고자, 정리를 완성한 책 수 와 카드 수, 사서부열람자 수(서양서, 연구서, 고전, 관보 및 잡지, 신문열람자로 구분되어 있다. 아마도 특별한 사정으로 열람실이 아니라 사서부 사무실에서 열람한 사람의 숫자인 것으로 보인다), 각 서고별 순찰시간을 기록하는 칸이 있다. 이 통계 부분은 빈칸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인쇄 양식의 첫 번째 항목은 지령(指令)인데, 1948년의 경우에는 일지 기입 방식에 대한 박봉석부관장의 지시사항 2건(6월 23일, 7월 3일)과 9일간에 걸친 포쇄(暴暑) 점검 마지막 날 이재욱관장의 훈화 1건(9월 28일) 외에는 특별한 도서관행사를 기록하는데 이 칸을 사용했던 것 같다. 모든 페이지마다 찍혀있는 관장, 사서부장, 각 과장의 인장과 부재 시 대리로 찍은 직원들의 인장도 당시 근무한 직원현황을 파악하는 근거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잇따라 발굴된 도서관 관련 사료들을 디지털화하고 해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베이 경매에 나온 것을 이용훈(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씨가 구입하여 한국도서관사연구회를 통해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국립도서관 공문서철」(조선총독부도서관 시절인 1931년부터 1961년까지 발행된 공문서 등 87건의 문서철), 도서관 서고에서 찾아낸 「조선총독부도서관사진집」(조선총독부가 유리건판으로 제작한 사진을 한 장씩 대지에 붙여 포갑 형태로 보존한 사진집으로 조선총독부도서관 건물과 열람실 풍경, 전국도서관대회, 조선도서관강습회 등 각종 행사 등), 그리고 「사회일지」, 「현업일지」, 「현장일지」, 「사서부일지」 등 시대별로 여러 가지 이름이 붙은 업무일지 등이다. 이번에 출판된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부일지: 1948년(단기4281년)』는 그 첫 번째 결과물인 셈이다.


굳이 헤겔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역사 연구의 기본이 되는 작업이 정확한 사실 확인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국립중앙도서관의 이런 노력이 아직도 빈칸이 많은 한국도서관사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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