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가 정리로 책을 아이에게…난 행복한 사서"

국립중앙도서관 '책수레봉사단' 복남선 회장

도서관닷컴 승인 2022.01.04 12:45 의견 1
사진제공=복남선 회장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의 재능 기부 모임인 '책수레봉사단'이 신선한 화제다. 봉사 활동은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다. 도서를 기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후 운영 지원에 방점을 찍는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책더미가 '뚝딱' 가지런한 책서가로 바뀐다. 봉사 여정은 코로나19에도 쉼이 없다. 봉사단은 최근 서울시 강동구 소재 '강일지역아동센터'에 도서 100여 권을 기증했다. 창립 때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복남선 사서에게 '책수레봉사단' 후일담을 들어봤다.

-재능기부 나눔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지난 2009년 보육시설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보육시설 내에 작은 도서실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서가에 꽂혀있는 무분별한 자료를 보고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직감적으로 사서의 본능이 발휘 된거죠. 어린이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들을 통해 도서관 이용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더 큰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낯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육시설을 다녀와서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결국 이런 고민은 '사서의 아름다운 재능 기부'라는 봉사 활동으로 이어지게 됐죠.

-봉사단의 구성과 운영은?
'책수레봉사단'은 2010년 아동복지시설 '송죽원' 봉사를 시작으로 12년차 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서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동참하고 후원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 회원 수는 현재 30여 명 정도 됩니다. 운영 경비는 넉넉하진 않지만 회원들의 회비 및 후원, 동호회 지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 봉사가 어려워 비대면으로 도서 기증 활동을 하고 있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대상기관의 선정 기준이 있다면?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없습니다. 복지시설, 작은 도서관, 아파트 문고 등 도서관 운영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접수는 '책수레봉사단' 이메일(booksure@korea.kr)로 받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정보 소외계층의 시설이나 농어촌 산간 지역의 어린이·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도서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곳에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어 주는 역할이 사서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독서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독서활동이 영향을 받게 되죠. 체계적으로 책 정리를 해놓으면 다양한 주제에 접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주제를 골고루 파악할 수 있는 독서환경이 되기도 합니다. 뿌듯한 것은 도서관 운영·프로그램 등을 자문하고, 지도하고 지원하는 역할로 재능 기부를 넓혀가는 데에 있습니다. 아파트 내 문고형의 작은 도서관의 경우 사서가 배정될 수 없는 형편이라, 대부분 도서관 운영에 있어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시설을 방문해 체계적인 책 정리 및 도서관 운영에 대해 지도·지원을 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역 아동센터 같은 시설에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로부터 희망도서 신청을 받아 읽고 싶은 책을 아이들의 손안에 쥐게 해줄 때 너무 기쁩니다. 봉사단의 다양한 재능 기부는 녹녹치 않은 직장 일과 병행하면서 하는 것이라 더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한 지 벌써 30여 년이 되었네요. 한 직장에서 평생을 사서로 일한 셈이죠. 지금은 국립중앙도서관 산하기관인 서울시 역삼동 소재 국립청소년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국립청소년도서관을 만들 때 추진멤버로 참여를 했고, 직장생활을 마무리할 시간에 다시 되돌아 왔으니 참 묘한 인연이죠. 대외활동도 나름 꾸준히 하고 있는 편입니다. 지금은 책수레봉사단 외에도 (사)한국사서협회 수석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학과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정책공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여러 분야를 공부한 것이 사서 역할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보육시설 내 도서실 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던 것을 주말마다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작은 도서관을 완성했습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보육원생들이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고, 독서프로그램도 잘 운영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죠. 한 어린이가 문을 빼꼼히 열며 "책 언제 읽을 수 있어요?"라고 했던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송파구에 학교 적응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돌봐주는 시설이 있었는데, 그 시설을 방문해 책 정리를 아이들과 같이 했던 기억도 또렷합니다. 당시 '책만 보면 졸렸던', '책 옆에는 가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냥 기뻤죠.

-목표나 앞으로의 행보는?
'책수레봉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가 책과 독자가 있는 곳에 도서관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써 독서문화에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고, 둘째는 전 연령층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독서문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 동안 약 30여 개의 기관에 도서 기증, 도서관 운영 및 시스템 사용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했습니다. 봉사활동이 알려지면서 중국과 천안에 있는 작은도서관 등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재능기부 봉사는 계속 이어져갈 것입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책이 있는 곳이라면 도서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사서들의 사명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책을 찾아, 또 도서관 운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찾아, 도서관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넓혀 간다면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도서관 문화가 잘 갖춰진 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재능 기부가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재능 기부는 마음 안의 작은 씨앗에서 시작합니다. 이 작은 씨앗이 점점 커지는 거죠. 재능을 기부하고자 할 때 혼자서도 가능할 수 있지만, 함께하는 나눔은 일종의 사회적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능을 함께 나눌 때 그 가치는 더 크고 넓어집니다. 가장 고맙고, 감사한 것은 후배사서들이 시간을 쪼개면서 마다하지 않고 봉사를 함께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행복한 사서입니다.

'책나눔 봉사단'의 이야기는 아랫목 구들장처럼 따뜻하고 훈훈했다.


김규회 도서관전문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뷰는 서면·전화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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