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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6 17:07 | 최종 수정 2022.07.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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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군교도소로부터 재소자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사형선고를 받은 미결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의 편지는 놀라웠다.
죄를 지어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재소자는 형을 받고 있다고 해서 '수형자'라고 한다. 아직 형사재판 중이어서 형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 형이 결정되지 않은 채 교도소에 수용만 되어 있는 경우 '미결수용자'라고 한다. 즉, 수용자에는 '수형자'와 '미결수용자'가 있다. 그런데 사형을 선고받은 재소자는 아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에 정확히 말하면 '미결수용자'가 된다.
그는 필자가 쓴 책 《성범죄 사건, 경찰조사에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전략》을 읽고 법률상담을 의뢰한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사형선고를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다른 재소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해 고소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편지의 한 대목에서는 자신이 사형 선고받게 된 사건도 군대 내에서 성적 괴롭힘을 당해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저지른 살인이었다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 그의 과거 사형선고 사건을 확인해 보았다. 그랬더니 성적 괴롭힘에 대한 사정은 전혀 보도되거나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잔혹한 살인행위만 자세히 보도됐다. 어떤 사정이든 그의 다수 살인행위를 합당화 시킬 수는 없다. 아마도 워낙 파급력이 큰 사건이었기에 피해자 유족을 배려하고자 보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형을 선고받아 미결수로 있으면서 주변 재소자들로부터 성적 괴롭힘에 시달리는 그가 어떻게 살인행위를 했을지 참으로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몇 차례 서신이 오가며 법률적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소식이 없다.
판사 앞에 놓인 수사기록에서 가해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악인으로 묘사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사건의 다른 측면을 부각해 최대한 객관화시켜보는 것이 형사변호사의 역할이다. 독일 변호사의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것인가》라는 책 제목처럼 이는 형사변호사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형사변호사는 항상 악역 밖에 없는 것 같다.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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