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서관계 성찰과 혁신의지 발휘할 때

도서관닷컴 승인 2022.02.22 10:1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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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서관법」을 제정하고자 노력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더 나은 법률을 가지기 위해 애써온 도서관계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수행에 기여하는 「도서관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윤희윤 대구대학교 교수는 《도서관문화》 2021년 11월호 칼럼에서 법 개정이라는 성과를 "자축하되,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초부난가(樵夫爛柯)에 매몰될 여지와 행태를 경계해야"하며, "주무부처는 한국도서관협회가 주도하는 도서관계와의 소통‧공감을 전제로 동행해야" 하고, "도서관계도 무임승차 인식 내지 뒷북치는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계가 더 높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성찰과 개혁의 자세로 남은 몇 달의 시간동안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사회 전체 발전에 기여하는 성숙한 합의를 만들어 내 주길 기대한다.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다뤄져야 할 이슈들이 적지 않다. 아예 새로운 도서관 제도와 시스템을 상상하고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새로운 상상과 기획의 첫 출발은 새「도서관법」에 처음 등장한 법의 기본이념(제2조)부터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1963년 처음 제정된 이후 여러 번 고쳐졌던 이전 「도서관법」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이 조항은 앞으로 법에 기반한 도서관 활동에 아주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니 영향을 미쳐야 한다. 법 제2조(기본이념)은 다음과 같다.

제2조 (기본이념) 이 법은 도서관이 국민의 정보기본권 신장과 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하여 지식문화 선진국을 창조하는데 중요한 기반시설 중의 하나임을 인식하고, 도서관의 가치가 사회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다하며, 국민의 자유롭고 평등한 접근과 이용을 위하여 도서관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도서관 활동의 근간이 되는 법의 기본이념은 결국 도서관 활동의 기본이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계가 먼저 이 기본이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조항을 몇 번이고 읽어보면 꼼꼼하게 생각하고 정리해야 할 중요한 개념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지 않은 문장이지만 거기에서 유추할 수 있는 질문은 꽤 많다. 한국도서관협회는 어떤 의미를 담아 이 조항을 새롭게 제안한 것이고, 도서관인들은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아래 사항들이 궁금하다.

첫째, 국민의 정보기본권이란 무엇인가? 도서관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면 정보기본권이 신장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이 기본권이 신장했다는 것은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일까. 국민의 알 권리와는 어떻게 연결될까. 그런데 「도서관법」 제1조(목적)에서는 '도서관의 지식정보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이 법의 목적이라고 규정했는데, 국민의 알 권리는 도서관의 지식정보에 관해서만 제한된 것인가.

둘째, 사회의 문화발전이란? 도대체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거나 모습일까. 도서관은 어떤 방식으로 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도서관이 많아지면 그럴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의 도서관이 있으면 문화발전에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다고 할 것인가. 그런데 그냥 도서관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문화발전을 이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셋째, 지식문화 선진국이란 어떤 나라를 말하는가? 이 범주에 속하는 나라가 있다면 어느 나라일까. 이런 나라를 창조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아직 지식문화 선진국은 없다는 것일까. 이런 나라가 되는데 도서관이 중요한 기반 시설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 말고도 어떤 시설들이 지식문화 선진국을 만드는데 기여하게 될까.

넷째, 도서관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도서관의 가치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우리 도서관과 사서들은 어떤 도서관 가치를 지켜온 것일까. 그동안은 물론 새 「도서관법」은 도서관을 "국민에게 필요한 도서관자료를 수집·정리·보존·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교양습득·학습활동·조사연구·평생학습·독서문화진흥 등에 기여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도서관의 가치일까.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와 정부가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 <제3차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2019~2023>에서는 도서관 정책의 비전을 '우리 삶을 바꾸는 도서관'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제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하고 책만 읽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언제나 당신의 선장을 지원합니다. 이제 도서관을 체험하며 함께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사람에 대한 포용성, 공간의 혁신성, 정보의 민주성' 등 3가지로 핵심가치를 규정했다. 이것이 도서관의 가치라고 말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그것을 수용할 것인가.

다섯째, 국민의 자유롭고 평등한 도서관 접근과 이용을 위하여 도서관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인식 정도는 어떠한가? 도서관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어떤 것인가. 사실 두 개념은 매우 정밀한 논의가 필요할 텐데, 과연 우리가 그동안 도서관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고 명확하게 논의해 본 적이 있었을까. 법률에서 도서관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통해 국민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도서관에 접근하고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면, 도서관 사람들은, 도서관 관련 행정가들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그 이해들은 과연 어느 정도 같을까. 도서관에 독서실과 같이 자기 필요의 공부만 하는 일반열람실(공부방)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과연 공공성에 부합하는 행위일까. 공익성에는 어느 정도 부합할까 등이다.

도서관계가 새 「도서관법」이 본격 시행되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새 법의 이념에 적합한 구체적 시행 방안을 만들어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형식에 잘 담아내야 하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 작업은 새 법의 기본이념은 물론 담고자 했을 도서관과 사서의 사회적 가치와 책무, 역할 수행의 방향성과 구체적 방안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도서관계가 선제적으로 치열한 성찰을 통한 혁신적 실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이용훈(도서관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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