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회 칼럼] 도서관이 공공대출보상권을 반대하는 이유

도서관닷컴 승인 2022.04.28 11:15 | 최종 수정 2023.11.15 15:2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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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포함된 공공대출보상권 제도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공대출권(Public Lending Right)은 도서관의 도서 대출에 대해 저작자와 출판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출로 인해 저작자에게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는 채권적 성격의 보상청구권이다.

공공대출보상권 제도에 대해 저작자 단체와 출판자 단체들은 적극 반기는 반면, 도서관계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도서관계는 지난 4월 25일 한 목소리로 "국민의 자유로운 도서관 이용을 저해하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왜 도서관계는 너나할 것 없이 관련 법안의 철회를 촉구할까. 공공대출 보상제를 도입해 '무료 대출'로 가로막고 있는 저작자 권익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취지는 있겠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허점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대출보상권 제도는 1946년 덴마크가 처음 도입한 후 영국,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34개국(2021년 11월 현재)이 시행하고 있다. 국가마다 입법형식은 다양하다. 저작권법상의 권리에 의한 것이 아닌 별도 입법이나 행정 프로그램 등의 입법 형식으로 제정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법안은 도서의 무료 대출로 말미암아 저작자와 출판계가 도서 판매의 기회를 잃어 재산적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이 도서관계의 주장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도서 대출이 많아질수록 도서의 판매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닌 새로운 판매를 촉진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은 임의 규정에 불과해 그 실효성에 의문의 여지가 많다. 결국 도서관이 보상금을 떠안게 되면 이는 도서 구매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출판사나 저작자에게는 기대한 것만큼의 이득보다는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을 포함해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특수도서관, 전문도서관 등 다양하다. 대학의 경우만 보더라도 보상금 주체가 도서관으로 현실화될 경우 대학도서관의 장서 개발 예산감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한 다양한 학술정보 확보와 서비스 기능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대여권은 최초판매원칙에 대한 예외로 상업용 음반과 상업용 컴퓨터프로그램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여에 한해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공공대출보상권 제도가 도입이 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만화방, 북카페 등의 도서 대여 행위는 여전히 저작권자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도 가능해진다. 반면, 도서관의 공익적인 목적의 대출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연출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공공대출보상권 제도 도입에 대한 꾸준한 논의를 해왔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아직 부족하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보상 대상자, 보상 재원, 보상 대상 시설, 보상 대상 자료, 보상금의 산정기준, 보상금의 분배 방식 및 비율 등 세부 쟁점들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구체적인 사회적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요 이해관계자인 도서관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설득시키는 과정이 우선해야 한다.

이호신 한성대 인문학부 교수는 "도서관에서의 대출이 정말로 저작자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지에 대한 정밀한 입증 작업이 필요하다"며 "저작권법으로 접근할 경우 내국민 대우와 동일하게 외국 작가에도 보상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책을 빌려줄 때 보상금을 준다는 논리라면 책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에는 보관료라도 내야 맞지 않는가. 공공대출보상권 제도를 규정한 개정안이 '저작권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문화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이라는 대의와 합치되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볼 일이다.

전문기자·지식樂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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